이유식 전문가 김정미 씨(오른쪽)는 “유기농이나 무농약으로 재배한 재료도 좋지만, 신선한 제철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들어서 바로 아이에게 먹이는 이유식이 최고”라고 말한다. 레시피팩토리 제공
내 아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라 했던가.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는 생후 4개월 무렵이 되면 부모의 마음은 바빠진다. 맛의 세계에 아이를 무사히 안착시키기 위해 어떤 이유식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생후 100일을 갓 넘긴 아이를 둔 초보 아빠인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때처럼 선배 부모의 조언이 절실하게 다가올 때가 있을까. 여섯 살 난 아들을 둔 엄마이자, 2006년부터 ‘마더스고양이’라는 닉네임으로 이유식 관련 파워블로거로 활동해 온 김정미 씨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네이버 육아카페 ‘마더스’의 운영자인 김 씨는 지난해 자신의 이유식 조리법을 묶어 ‘아기가 잘 먹는 이유식은 따로 있다’(레시피팩토리)라는 이유식 실천서를 출간했다.
○ 돌 이전에는 간하지 마세요
이날 김 씨와 함께 만들어 본 이유식은 ‘쇠고기를 넣은 핑거 주먹밥’과 ‘단호박 치즈 버무리’. 주먹밥은 이유식 후기(생후 8∼12개월)에 숟가락으로 먹는 이유식에 싫증 난 아이를 위해 직접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게 한 ‘핑거 푸드’ 이유식이다. 조리법은 칼로 다진 쇠고기 안심(30g)을 볶아낸 뒤, 끓는 물에 익혀 낸 잘게 썬 당근(5g)과 함께 물을 충분히 넣고 질게 만든 밥(60g)에다 넣고, 김 가루와 치즈(각각 1작은 술)를 뿌려 잘 섞어주면 된다. 이를 어른 엄지손톱만 한 크기로 동글동글 빚어주면 완성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김과 치즈의 선택. 어른이 먹는 김과 치즈는 소금(나트륨) 함유량이 높아 유아식에는 적절치 않다. ‘우리아이 첫치즈’(매일유업)처럼 나트륨 함량을 낮춘 치즈와 소금 간을 않고 기름도 적게 바른 어린이용 김을 쓰는 것이 좋다. 김 씨는 “신장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아기는 성인보다 나트륨 배출도 어렵고, 한번 간한 음식을 맛보면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심심한 이유식을 거부한다”며 “돌 이전에 먹는 이유식엔 간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대신 육류나 야채로 만든 육수(肉水)나 채수(菜水)를 우려내 이유식 조리 시 맹물 대신 쓰면 추가로 간을 하지 않고도 아이의 입맛을 돋울 수 있다.
다음 메뉴인 단호박 치즈 버무리 역시 이유식 후기의 아이를 위한 간식이다. 단호박 150g(15큰술)을 껍질을 벗겨서 무르게 쪄 낸 뒤, 온기가 남았을 때 아기용 치즈(1장)를 넣고 함께 으깨준다. 여기에 아기가 씹기 좋게끔 살짝 데친 건포도를 0.3cm 두께로 다져 호박 다진 것과 함께 섞어주면 완성이다. 유기농 호박이라면 껍질까지 으깨서 재료로 쓸 수 있어서 좋다.
○ 부모 편식습관 대물림 않게 주의해야
이유식은 무조건 유기농이나 무농약 재료가 필수일까? 김 씨는 “유기농도 좋지만 건강에 최고인 유아식은 역시 제철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것”이라며 “부모의 편식습관이 대물림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부모가 당근이나 가지를 자신이 싫어하면 이유식 식재료를 정할 때도 무의식중에 이들 재료를 빠뜨리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다는 것. 이렇게 되면 아이가 경험 가능한 맛의 폭과 깊이가 제한돼 나중에 커서 편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유식은 만드는 정성만큼이나 먹이는 정성도 중요하다. 가급적 방금 만든 이유식을 아기의 컨디션과 생체 리듬에 맞춰 규칙적으로 먹이는 것이 좋다. 이유기는 밥상머리 예절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이유식 중기(생후 7, 8개월)부터는 아이 스스로 숟가락을 잡고 이유식을 먹이는 훈련을 한다. 엄마젖이나 젖병을 빠는 데 익숙한 아이가 처음엔 혀로 숟가락을 밀어내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젖병 대신 컵이나 빨대컵을 사용해 물을 먹이면 이런 습관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 이유식을 먹일 때 다소 귀찮더라도 음식의 이름, 맛, 색상 등을 설명해 주는 것을 습관화하면, 아이에게는 색과 맛에 대한 공부가 될 뿐 아니라 새 음식을 접할 때 드는 두려움도 줄여준다.
이유식은 부모가 아이의 성장 단계를 봐가며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맞벌이 등으로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식품업체가 만들어 배달하는 이유식과 집에서 만든 이유식을 번갈아 먹이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김 씨는 “하지만 사 먹이는 이유식에 의존하다 보면 아기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이나 아기와의 교감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배달 이유식은 쌀에 비해 고기와 채소 함량이 적을 수도 있으므로 고기와 채소의 보충에도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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