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미술해설의 달인 클래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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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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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박물관 한국어가이드 활약 윤운중씨
13일 아르츠콘서트 ‘세기의 사랑’ 해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 유럽 유명 박물관의 미술해설가로 활동해 온 윤운중 씨. 미술과 음악을 결합한 아르츠 콘서트 ‘세기의 사랑’에 출연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 유럽 유명 박물관의 미술해설가로 활동해 온 윤운중 씨. 미술과 음악을 결합한 아르츠 콘서트 ‘세기의 사랑’에 출연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8년 전 유럽 박물관에서 관광객 상대로 미술 해설 가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미술 해설가가 클래식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1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되는 밸런타인데이 아르츠콘서트 ‘세기의 사랑’의 미술 해설을 맡은 윤운중 씨(44).

그의 이력은 본디 미술과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에 공채로 입사해 12년 동안 제어알고리듬 연구원으로 일했다. 5년간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다 이탈리아 관광사업을 하는 친구로부터 바티칸박물관의 한국어 가이드가 필요하단 말을 들었다. 건조한 삶을 바꿔보고자 무작정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게 2003년 3월이었다. “일반인 평균치보다도 미술 지식이 없었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도 헷갈렸지요.”

닥치는 대로 미술사를 달달 외웠고, 틈만 나면 박물관을 찾았다. 8년 동안 프랑스의 루브르와 오르세, 영국 대영박물관 등 유럽의 30여 개 박물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해설을 했다. 그를 거쳐 간 관광객만 4만 명. 파리, 런던, 로마에 지점을 둔 여행사 ‘헬로우 유럽’의 대표도 됐다. 이번 공연도 3년 전 루브르박물관에서 윤 씨의 해설을 들었던 스톰프뮤직 김정현 대표의 제의로 열리게 됐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루브르박물관은 1000번 넘게 갔지요. 여기 앉아서도 작품들을 줄줄 해설할 수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도 독학과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미술 지식을 버무린다. “로코코 미술의 대가인 와토의 ‘시테라 섬으로의 순례’란 그림이 있어요. 드뷔시는 와토의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기쁨의 섬’을 작곡했어요. 그런데 와토도 프랑스 희곡작가 당쿠르의 시를 보고 그림의 영감을 얻은 것이거든요.”

이렇게 샤갈 클림트 고흐 등이 그린 20여 개 미술품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놓고 그 작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예정이다.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와 윤한, 뮤지컬배우 김소현 손준호, 남성보컬 4인조 스윗소로우 등이 해당 그림과 연관된 20여 곡을 들려준다.

박물관 복도에서 20, 30명을 상대로 해설하다가 2000석이 넘는 콘서트 무대에 서는 느낌은 어떨까. “해설하는 것은 똑같은 거니까 사실 덤덤해요. 다만 박물관에서는 좀 진한 농담을 섞기도 하고, 단체관광객 성향에 맞게 ‘맞춤형 해설’이 가능한데, 콘서트에서는 스탠더드하게 정제된 말로 해야 하니 밋밋해질까 봐 걱정이죠.”

윤 씨는 앞으로 미술을 곁들인 콘서트를 시즌제로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에는 유럽 박물관들의 작품 해설서도 낼 예정이다.

“미술 공부를 한다고 억지로 책을 보면 금세 잊어버리게 돼요. 먼저 열린 마음을 갖고 관심 있는 작품이나 분야를 아주 쉬운 책으로 따라가다 보면 점차 흥미를 갖게 되죠.” 미술에 관심을 갖고 싶은 초보자에게 주는 윤 씨의 조언이다. 3만∼8만 원. 02-2658-3546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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