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어설픈 랩에 웃음, 투박한 로맨스에 눈물

  • 동아일보

연극 ‘수상한 흥신소’
대본★★★☆ 연출★★★★ 연기★★★☆ 무대★★★☆

귀신을 의뢰인으로 하는 흥신소라는 기발한
발상에 서민들의 애환을 녹아낸 연극 ‘수상
한 흥신소’. 사진 제공 극단 익스트림플레이
귀신을 의뢰인으로 하는 흥신소라는 기발한 발상에 서민들의 애환을 녹아낸 연극 ‘수상 한 흥신소’. 사진 제공 극단 익스트림플레이
연극 ‘수상한 흥신소’(작·연출 임길호)는 딱 두 토막 낼 수 있는 작품이다. 전반은 뻥뻥 웃음이 터지지만 후반은 객석에서 대놓고 훌쩍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슴 짠하다. ‘웃음과 감동이 있다’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난제를 제법 매끄럽게 풀어냈다. 지난해 6월 대학로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았고, 4일부터 시작한 재공연에서도 객석이 꽉 차는 이유다.

전반부 웃음 코드는 대학로 흥행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연상시킨다. 주인공 오상우(박상협)는 허울만 고시준비생일 뿐 놀고먹는 백수다. 하지만 그에겐 남다른 재주가 있다. 귀신을 볼 수 있는 것. 그는 이를 이용한 신종사업을 구상한다. 우연히 친해진 남녀 귀신 둘과 힘을 합쳐 귀신들의 하소연을 듣고 이를 대신 풀어주는 흥신소를 차린다. 김종욱 찾기의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떠올리게 하는 발상이다. 이 흥신소를 찾는 국회의원, 동성애자, 가수 지망생, 외판원 출신의 귀신 의뢰인을 단 한 명의 배우, ‘멀티맨’(이장원)이 숨 가쁘게 변신하며 소화하는 점도 닮았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귀신이 어설픈 랩을 선보이면 오상우가 “제 점수는요∼” 하며 받아치는 식으로 톡톡 튀는 웃음을 안겨주던 연극은 후반엔 촉촉하게 젖어든다. 후반부의 감동코드는 대학로의 또 다른 뮤지컬 흥행작 ‘빨래’를 떠올리게 한다.

경비원인 남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뜬 아내는 오상우를 찾아가 남편에게 대신 문자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메시지를 확인한 경비원은 “거기선 아프지 말고…”라며 아내를 마음에서 떠나보낸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다가 아내가 피워 놓은 연탄가스에 피살된 장애인 깡패는 오상우를 통해 아내에게 반지를 주며 화해의 손을 내민다. 이런 서민들의 투박하지만 훈훈한 로맨스에 객석은 훌쩍였다.

극은 전체적으로 깔끔했지만 개운치 못한 부분도 있다. 일부 배우의 지나친 즉흥 대사나 혀 짧은 발음이 몰입을 방해했다. 오상우가 귀신을 볼 수 있는 데엔 엄청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맨 끝에야 슬쩍 언급해 의아했다. 주연 커플보다 조연들의 로맨스가 더 절절한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2만5000원.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상명아트 홀2관. 02-2075-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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