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새별 새꿈]<7>인디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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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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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다고요? 음악에 정답 있나요?”

《언제나 최고만을 바라네/밑도 끝도 없는 경주 속에서/왠진 알 순 없지만/불타오르겠지//언제나 뭔가 또 부족하겠지…/난 진심을 원해/진짜 너를 원해//하고 싶은 대로 바라는 대로/가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3인조 인디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지난해 5월 ‘30일 만에 음반 만들기 프로젝트’로 만든 2집 ‘와일드 데이즈’의 타이틀곡 ‘진짜 너를 원해’의 가사 일부다. 음악을 들으면 거친 음악이 퍼지면서 가슴을 두드리는 느낌을 준다. 이들은 음반을 준비하면서 트위터와 블로그에 신곡을 실시간으로 올리며 음반 만드는 과정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뚝딱’ 음반을 만들어도 될까? 하지만 음반은 ‘1집에 비해 사운드와 음악적 접근의 괄목할 성장’(임진모 음악평론가), ‘30일이란 단기간에 제작됐지만 탄탄한 내공 덕분에 거칠고 통쾌한 질감의 수작을 만들었다’(안재필 EBS 작가)와 같은 호평을 받았다.》

“막 태어난 아이의 첫 울음처럼 가슴속 느낌을 터뜨리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는 늘 에너지가 넘친다. 이들은 또 연습벌레다. “오늘 인터뷰가 없었으면 종일 연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막 태어난 아이의 첫 울음처럼 가슴속 느낌을 터뜨리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는 늘 에너지가 넘친다. 이들은 또 연습벌레다. “오늘 인터뷰가 없었으면 종일 연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갤럭시 익스프레스 멤버 이주현(33) 박종현(29) 김희권(29)은 2007년 데뷔 당시를 떠올리며 싱글거렸다. 2년 사이 마침내 자신들을 아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 이들은 “이전에는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이제는 부모님의 지인 중 저희 팬까지 생겨 가족들이 흐뭇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록 밴드의 이름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휴대전화와도, 만화 ‘은하철도 999’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 ‘우주를 여행하는 느낌으로, 개개인의 소우주에 퍼지는 음악을 만들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들은 에너지 넘치는 무대와 노래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출연과 쇼 케이스 진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출연했고, 홍콩에서 열린 음악 산업 콘퍼러스 ‘뮤직 매터스’에서는 한국 대표로 쇼 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KBS ‘뮤직뱅크’에서는 록 밴드로는 최초로 라이브 연주를 했다. “뒷얘기지만 당시 우리는 준비된 MR가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였죠. 하하.”

옆방 소음이 되레 효과음 둔갑도

이들의 음악 작업은 독특하기로 널리 알려졌다. 30일 만에 만든 2집도 녹음 스튜디오가 아니라 연습실로 이용하는 합주실과 집에서 녹음했다. 첫 번째 EP 음반에 수록된 ‘정글 더 블랙’의 경우 멤버들이 노래방에서 소리를 지르며 부른 것을 그대로 담기도 했다. 이주현은 “노래방에 우리 노래가 등록된 게 정말 신기했다”고 했다. “사람들이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를 땐 비록 자기 이름으로 발표한 노래가 아니라도 감정을 담아 부르고 녹음해서 간직하기도 하죠. 그런 심정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북극곰 집이 녹아 사라진대/내 집도 재개발로 사라진대/하와이 섬들이 사라져 간대/하와이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심각하면서 위트 있는 가사와 소곤소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나의 지구를 지켜줘’다. 이 곡을 녹음할 때의 에피소드. 한밤중 노래를 완성한 이주현은 그 다음 날 바로 녹음을 하기 위해 방 안에서 기타를 메고 몸을 구부려 녹음기 가까이 입을 댔다. “월세방이라 조용히 기타 치고 노래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기타도 살살 치고 노래도 작게 불렀죠. 근데 옆방에서 공사하느라 드릴 소리가 들려서…. 그 소리까지 고스란히 녹음됐는데, 그게 더 자연스럽게 노래 내용과 어울리는 거예요.(웃음)” 환경 파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심각해진 가운데 월세 독촉 전화를 받으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관객 앞에 서면 펄펄 난다는 평을 받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 박종현의 기타 연주. 사진 제공 러브락컴퍼니
관객 앞에 서면 펄펄 난다는 평을 받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 박종현의 기타 연주. 사진 제공 러브락컴퍼니
박종현은 “2집 녹음할 때 주변에서 ‘깨끗하게 소리를 넣을 수 있는 녹음실에서 작업해야 한다’ ‘즉흥적으로 만든 노래 말고 공들여야 좋은 노래가 나온다’는 조언들을 받았지만 앨범 작업하는 데 정답이 어디 있냐”며 “우리가 재미있고 만족스러울 때 새로운 음악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음악도 있나? 이런 음악 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점심시간 때 생각해 보세요. 애들은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운동장에 나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놀잖아요. 우리도 그래요. 뭔가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즐겁게 부를 뿐이죠.” 멤버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3월부터 한 달간 캐나다 음악 축제 겸 콘퍼런스인 ‘CMW(Canadian Music Week)’와 미국 텍사스 주의 음악박람회 ‘SXSW(South by Southwest)’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에서의 공연 일정이 잡혀있다. 첫 전국 투어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 대신 거침없는 가사와 음악, 무대 위에서 펄펄 뛰어오르다 흥에 취하면 멤버끼리 목말을 탄 채 기타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처음엔 ‘이게 뭐지?’ 하다가도 듣다 보면 질감이 느껴지고 ‘아, 이런 음악도 있구나’ 싶은 음악이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음악을 계속할 겁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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