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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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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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 ● 목진석 9단
본선 8강 3국 4보(74∼93)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74가 유일한 탈출구. 물론 흑이 75, 77로 끊어 당장 탈출할 순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약점을 만들어 놔야 다른 곳과 연계해 수를 낼 수 있다.

이세돌 9단은 빠르게 반상을 훑어본다. 아마추어가 볼 때는 중앙 대마가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데 이 9단의 시선은 아직 여유롭다. 이 9단의 대마 타개 능력은 누구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좁디좁은 곳에서 비비적거리며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능력은 당대 최고다.

백 78, 80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파티를 벌인다고나 할까. 대마 목숨이 경각에 달린 듯한데 실리부터 챙기고 보는 발상은 이 9단답다.

이어 백은 82로 흑의 약점을 툭 건드린다. 목진석 9단도 만만찮다. 흑 83의 맥을 구사하며 자충을 이용해 백을 확실히 틀어막았다. 이곳에선 한 집도 나지 않았다.

이젠 진짜 밖으로 탈출해야 할 시점. 백 88이 밖으로 통하는 비상구. 이때 흑도 어렵다. 흑 석 점이 살아가면 대마를 잡는데 연결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 흑 89로 참고도 흑 1에 두는 건 무책. 백 2, 4가 선수여서 백 14까지 흑이 위험하다.

흑 93으로 빳빳이 늘었다. 사방에 흑백이 산재하여 혼란스럽다. 정신이 사나울 정도의 혼돈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아마 이곳에서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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