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고교 3학년이 되는 아이유는 “공부에 흥미가 생기기 전까지는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교복 입고
친구도 있고 담임선생님도 계시는 고교생의 추억은 포기할 수 없어 최대한 출석하는 편”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요새는 일부러 악플(악성댓글)을 찾아봐요. 그래야 자만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급작스레 가요계 ‘대세’라 불리게 된 고교생 가수 아이유(17). 막상 본인은 지금의 인기가 얼떨떨하기만 하다. 들뜨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경계하는 똘똘한 노력도 엿보인다.
“이제 열일곱 살인데 지금이 전성기라면 남은 50∼60년 인생은 하향세일 텐데… 더 커야죠.”
‘소녀시대’ ‘카라’ 등을 제치고 군대에서 초대하고 싶은 가수 1위를 차지한 아이유는 최근 세 번째 미니앨범 ‘리얼(Real)’을 발표하며 가요계를 장악했다. 타이틀곡 ‘좋은 날’은 아이유의 귀여운 매력에 걸그룹들과는 차별화된 가창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곡. 특히 노래 후반부 3옥타브 미에서 시작해 6마디를 파, 파 샤프(#)로 올리는 ‘3단 고음’은 음반 발매와 동시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가성이 아닌 진성으로 한숨에 ‘3단 고음’을 내지른 소녀는 뿌듯할 법도 한데 오히려 부끄럽다는 반응이다.
“사실 이게 대단한 고음은 아니에요. 웬만한 여자 가수들도 할 수 있는데 안할 뿐이죠. 어떻게 보면 ‘난 이렇게까지 올라가요’라는 과시잖아요.”
노래에 맞춰 ‘아.이.유.의.좋.은.날.레.알.대.박’을 외치던 팬들도 ‘3단 고음’ 부분에 이르면 조용해진다. 고음이 끝나면 박수가 터져 나온다.
“‘3단 고음’에 관심이 집중돼 깜짝 놀랐어요. 앞으로는 무대에서 3단 고음을 하지 않고 안무도 바꿔서 전체적인 퍼포먼스 쪽을 강조하려고 해요. 다른 모습도 보여드려야죠.”
의외였지만, ‘아이유다운’ 선택이었다.
2008년 발라드곡 ‘미아’로 데뷔한 아이유는 뛰어난 가창력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부(BOO)’ ‘마쉬멜로우’ 등 발랄한 노래를 선보였지만 마찬가지였다. 정작 주목받은 것은 예능 프로그램에 기타를 들고 나가면서부터. ‘소녀시대’의 지(Gee), ‘빅뱅’의 거짓말 등 아이돌 가수들의 곡을 어커스틱하게 편곡해 불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게 화제가 되면서 출연 요청이 몰려왔어요. 그러다 보니 수준급 기타 실력으로 포장되더라고요. 사실 제 노래를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인데…. 왠지 부담스럽고 거짓말하는 것 같아 기타치는 건 피하고 있어요.”
정말 수준급이 되기 전까지는 연습만 할 생각이란다.
데뷔 후 처음 1위를 했을 때도 그랬다. 6월 ‘2AM’ 슬옹과 부른 ‘잔소리’를 발표해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좀 더 노력하고 고생해서 1위를 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잔소리’는 작곡가님 작사가님 슬옹 오빠 덕에 1위를 했어요. 노래가 좋았고 슬옹 오빠 팬덤도 워낙 컸고요. 전 녹음한 것 빼고는 한 게 없어요. 그래서 1위 받자마자 마이크를 슬옹 오빠한테 넘겼어요. 이건 내 1위가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도 안 났던 것 같아요.”
이런 아이유는 19일 SBS ‘인기가요’에서 ‘좋은 날’로 1위를 차지하자 눈물을 흘렸다. “스태프가 밤새 고생하는 걸 보며 이분들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던 말대로다.
유희열 이승환 윤종신 등 쟁쟁한 뮤지션들은 “앞으로가 주목되는 가수”로 아이유를 꼽는다. 대중도 그의 현재보다 미래 가능성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는 “있는 그대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뮤지션의 길을 가라’거나 ‘대중보다는 네가 원하는 음악을 하라’는 분들이 계세요. 어쩌면 그런 분들조차 저를 틀 안에 가두는 거예요. 제 스스로가 장래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누군가로부터 압력을 받으면 부담스러워요. 그냥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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