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굴욕은 참을 수 없다

  • 동아일보

○ 이세돌 9단 ● 강지성 8단
본선 16강전 8국 2보(28∼50) 덤 6집 반 각 3시간

아니나 다를까. 이세돌 9단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백 28, 30으로 끊어간다. 이렇게 되면 백 34까진 예정된 수순. 여기가 갈림길이다. 강지성 8단도 이미 이 대목을 고민하며 많은 수읽기를 했을 것이다. 참고 1도 흑 1로 멋을 부리며 탈출하려고 하다간 백 8까지 쫄딱 망한다.

흑 35로 슬그머니 올라선 수가 범상치 않다. 얼핏 백 36으로 눌리면 완전히 백 진 안에 포위된 것 같은데…. 강 8단은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다. 자신 있는 표정으로 흑 37로 젖힌다.

이 9단도 고심하는 눈치다. 덜컥 참고 2도 백 1로 막는 수는 흑의 의도에 넘어간다. 흑 2로 잇는 것이 선수. 흑 14까지의 모양을 보면 백의 약점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 9단이 아무리 전투에 뛰어나도 이런 조건에선 싸울 수 없다.

속기로 일관하던 이 9단의 손길이 멎었다. 8분이 넘어서도 착수하지 못했다가 마지못한 듯 백 38, 40으로 나와 끊는다.

역시 백 46까진 필연인데 흑 47로 백의 포위망을 찢고 나온 수가 두텁고도 두텁다. 이 9단은 이 진행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이 9단이 뒤늦게 백 48로 모양을 잡는데 강 8단은 여세를 몰아 흑 49로 들여다본다. 그냥 이어줘도 될 것 같은데 이 9단의 눈초리가 사나워진다. ‘잇는 것은 굴욕이다.’ 이 9단은 그렇게 되뇌면서 50으로 가르고 나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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