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길이 끊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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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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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한 9단 ● 류동완 2단
본선 16강 5국 3보(38∼58) 덤 6집 반 각 3시간

흑은 백의 매복 병사들을 만나 놀라긴 했지만 일단 기세로 밀어붙인다. 매복 병력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제 백병전은 불가피하다.

백 40까지 살과 살이 맞붙는다. 백병전엔 규칙도, 정도도 없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해야 한다.

한데 류동완 2단은 그 와중에 멋을 부리고 싶었던 것일까. 참고도처럼 무식하게 흑 1로 끊는 수 대신 매끈한 흑 41을 택한다. 흔히 이런 행마를 ‘족보에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처절한 싸움에서 잠시 스타일에 신경 쓴 대가는 참혹했다. 당장 백 42로 보강하자 흑의 행마가 갑자기 둔해졌다. 흑 43으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데 백 44가 놓이자 흑 전체가 봉쇄된 꼴 아닌가.

역시 흑 41로는 참고도 흑 1처럼 앞뒤 안 가리는 수를 뒀어야 했다. 백 8까지 흑이 곤란해 보이지만, 흑 9로 두면 백 두 점을 잡을 수가 있다. 흑 11까지 불만 없는 진행. 백 12는 흑 15, 17로 회돌이축이 성립한다.

류 2단은 입술을 깨문다.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한다.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갇힌 흑이 안에선 살 수 없다. 결론은 흑을 둘러싼 백을 포위해 수상전을 벌이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백 50, 52 때 직접 막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 이어 백 58에 류 2단은 흑의 앞길이 끊겼다는 것을 느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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