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떠나는 김동호 위원장을 위해” 깜짝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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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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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리에트 비노슈 등 막춤 사연은…

“오늘은 배우로서 온 게 아니라 위원장님과 춤을 추러 왔습니다.” 12일 밤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파티에서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왼쪽)와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리듬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오늘은 배우로서 온 게 아니라 위원장님과 춤을 추러 왔습니다.” 12일 밤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파티에서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왼쪽)와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리듬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음악이 절정에 닿았다. 쥘리에트 비노슈(46)는 허리를 뒤로 젖히고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마주 서서 박자를 맞추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73)도 그를 따라 분주히 팔다리를 움직였다. 12일 밤 부산 수영구 광안리의 한 호프집. 세계의 독립단편영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와이드 앵글’ 섹션 파티가 열렸다. 와이드 앵글 파티에서는 해마다 젊은 영화인과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아온 깜짝 게스트가 어우러지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올해의 손님들은 유달랐다. 15년 동안 부산영화제를 이끈 김동호 위원장의 퇴임을 맞아 비노슈, 티에리 프리모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중국의 허우샤오셴,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 등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한국독립영화협회의 감사패를 받아 든 김 위원장이 무대 뒤에 서 있던 비노슈에게 인사를 건넸다. 비노슈는 “더없이 행복한 자리다. 나는 오늘 여기 배우로 온 게 아니라 댄서로 왔다. 김 위원장에게 춤을 한 곡 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뒤를 따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흥겹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독립영화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배우 김꽃비 씨 등 한국 영화인들도 동참했다. 앞 사람 허리를 붙잡고 술집을 한 바퀴 빙 도는 기차놀이가 이어졌다. 비노슈는 흥에 겨워 하며 함께 춤추던 프리모 위원장의 목도리를 벗겨 머리 위로 던지며 환호했다.

하지만 자정 무렵 김 위원장이 사비로 마련한 해운대 한 식당의 ‘쫑파티’ 분위기는 그렇게 흥겹지만은 못했다. 임권택 김태용 이재용 감독, 대만 배우 양구이메이(楊貴媚) 등이 합류한 이 자리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떠난 뒤의 부산영화제에 대한 저마다의 걱정을 이야기했다.

프리모 위원장은 “훗날 나도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 속에서 자리를 물러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슬프고 서운한 느낌을 누르기 힘들다”며 “부산을 찾는 이유의 절반은 김 위원장과의 우정 때문이었다. 내일 밤 사석에서는 어느 때보다 많은 술을 마실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격려의 악수를 나눈 임권택 감독은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던 외국 손님들에게 무엇보다 슬픈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간 뒤 새벽녘까지 몇몇 이와 소주잔을 기울이던 후임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은 “막막하고 서운하다”며 연방 한숨을 지었다. 비노슈와 프리모 위원장 등 명망 높은 세계 영화인들을 부산으로 이끈 데에 김 위원장 한 사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이 새삼 무겁게 느껴지는 듯했다.

30분을 넘긴 춤사위가 끝났을 때 김 위원장을 포옹하고 볼에 입을 맞춘 비노슈의 두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홍효숙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몇몇 사람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흥겨운 춤사위가 문득문득 슬픈 몸부림처럼 보였던 까닭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부산=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광란 막춤’(1)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광란 막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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