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점유율 85%(연평균). 호텔리어에게는 꿈의 수치다. 객실 100개 중 85개가 매일 찬다는 뜻인데 이 정도면 빈방이 거의 없는 셈이다. 어느 호텔이고 노쇼(No show·사전예고 없이 투숙하지 않는 것)와 예약취소가 있게 마련이어서다. 85%는 바꿔 보면 매일 15개가 비는 것. 그러니 장사를 제대로 한 것 같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호텔업의 생태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호텔의 수지균형점은 평균 55%.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국에선 65% 이상 본다. 그러니 거기서 20%를 상회했다면 장사는 아주 잘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평가는 92%의 라스베이거스와 비교할 때 더 설득력을 갖는다. 92%라는 수치는 주중(월∼목요일)엔 컨벤션, 주말(금∼일)엔 카지노 손님이 교대하듯 번갈아 채워주는 ‘세계 최대 컨벤션 카지노타운’이란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 그런 ‘특혜’도 없이 서울 변방 영등포에서 순수하게 영업력만으로 85%를 기록했다면 그건 ‘신화’에 가깝다. 물론 ‘메리어트’라는 ‘빅브러더’의 광채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는 해도….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역 앞 코트야드 메리어트호텔(정식 명칭은 Courtyard by Marriott Seoul Times Square). 지난해 9월 문 연 초대형 멀티콤플렉스 쇼핑몰 ‘서울 타임스퀘어’에 부속한 16층 빌딩(이 중 4층부터 12개 층 사용)으로 오는 21일 개장 1주년을 맞는다.
3일 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코트야드’라는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서울 타임스퀘어 지하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로 오른 코트야드. 호텔은 4층부터인데 4층엔 피트니스센터와 미팅룸, 휴게실만 있다. 로비는 그 위층(5층). 올라갔더니 천장이 3개 층은 될 만큼 높다. 그 한편에 프런트 데스크가 있고 나머지 전 층의 평면이 바와 카페다. 천장만큼이나 시원하게 뻥 뚫린 너른 다이닝 공간. 여행자의 긴장을 풀어줄 만큼 쾌적했다.
카페 이름은 ‘모모(Momo)’. ‘모던 리빙, 모던 이팅(eating)’의 줄임말인데 이름 그대로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심플 모던한 공간이다. 그 안쪽 끝 주방부터 눈에 들어왔다. ‘오픈 키친’(요리 현장이 모두 들여다보이도록 만든 주방)이다. 거기엔 ‘포르노 아 레냐’(피자 등 음식을 조리하는 이탈리아의 전통화덕)가 있었다. 그곳에서 구운 피자는 바삭거림이 남다르다. 당연히 모모 카페의 시그니처 디시(대표요리)다.
거기선 매장처럼 와인을 팔기도 한다. 그러니 사서 가져갈 수 있다. 바롤로 카세타 2004(이탈리아 피에몬테지방에서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들어 6년 숙성 후 판매하는 파워풀한 남성적 맛의 레드와인)를 주문(7만5000원)했다. 그러자 3만 원 추가한 요금으로 치킨 윙 등 안주와 함께 와인을 서브했다. 편안한 분위기, 합리적인 가격. 와인을 즐기기에도 모던하고 심플했다. 요리는 다양했다. 양고기에 비프스테이크까지. 순두부찌개와 해장국도 낸다. 한국음식을 찾는 내외국인을 위한 배려다.
호텔 운영주체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미국)로 전 세계 68개국에서 3100여 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호텔운영사. 코트야드는 이곳의 18개 브랜드 중 ‘비즈니스 트래블러 타깃 특급호텔’로 전 세계 800여 개(28개국)나 된다. 코트야드 서울 타임스퀘어 개장으로 국내 메리어트 브랜드는 네 개(JW메리어트, 르네상스, 메리어트이그제큐티브아파트먼트)로 늘었다.
코트야드를 굳이 등급을 매기면 ‘별 네 개 반’쯤 될 거라는 게 호텔 측 설명. 별 다섯이 못 된 것은 별 다섯 등급 호텔이긴 해도 비즈니스 트래블러에게 필요하지 않은 시설(호화 레스토랑, 스파, 수영장 등)을 뺀 데서 온 것이다. 내 객실은 보통의 딜럭스(30m²)였는데 서비스와 객실은 크기, 시설 모두 별 다섯에 손색없었다.
4일 오전, 프런트에서 퇴실손님을 지켜봤다. 전날은 객실 283개(스위트 10개 포함)가 동난 날(객실점유율 100%). 그런데 4 대 6이라던 내외국인 비율(평균치)이 그날은 1 대 9였다. 외국인은 국적도 다양했다. 미국인이 가장 많았고 중국 홍콩 동남아에 아프리카인도 있었다. 차림과 가방으로 추정하건대 거의 비즈니스맨이었다. 호텔 측에 따르면 가족단위 한국인은 주로 휴가철과 주말에 몰린단다.
이 호텔 총지배인 사이먼 벨 씨에게 ‘85% 신화’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오픈 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수치지요. 영등포라는 열악한 위치, ‘코트야드’라는 생소한 브랜드, 특급이지만 상용고객(비즈니스 트래블러) 취향 호텔 등 극복할 요소가 많았는데…. 하지만 시장에서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적당한 가격’의 마케팅 효과라고 분석합니다.” ‘13만∼15만 원대’(단체할인가 포함 평균)의 현 가격이라면 코트야드를 경쟁할 상대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위치도 강남북 중심가를 30분 이내로 연결(지하철)하므로 취약하지 않다. 멀티플렉스 쇼핑몰의 40여 개 레스토랑도 장점이 된다. 이젠 서울로 출장 오는 내국인 비즈니스맨과 공무원도 이용할 만하다. ○이용정보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주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전화: 02-2638-3000 △예약: www.marriotthotel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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