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서울 변두리 호텔에 숙박률 85%…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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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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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코트야드 메리어트’의 인기 비결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의 보통 객실인 딜럭스룸 실내. 사진 제공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의 보통 객실인 딜럭스룸 실내. 사진 제공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객실 점유율 85%(연평균). 호텔리어에게는 꿈의 수치다. 객실 100개 중 85개가 매일 찬다는 뜻인데 이 정도면 빈방이 거의 없는 셈이다. 어느 호텔이고 노쇼(No show·사전예고 없이 투숙하지 않는 것)와 예약취소가 있게 마련이어서다. 85%는 바꿔 보면 매일 15개가 비는 것. 그러니 장사를 제대로 한 것 같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호텔업의 생태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호텔의 수지균형점은 평균 55%.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국에선 65% 이상 본다. 그러니 거기서 20%를 상회했다면 장사는 아주 잘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평가는 92%의 라스베이거스와 비교할 때 더 설득력을 갖는다. 92%라는 수치는 주중(월∼목요일)엔 컨벤션, 주말(금∼일)엔 카지노 손님이 교대하듯 번갈아 채워주는 ‘세계 최대 컨벤션 카지노타운’이란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 그런 ‘특혜’도 없이 서울 변방 영등포에서 순수하게 영업력만으로 85%를 기록했다면 그건 ‘신화’에 가깝다. 물론 ‘메리어트’라는 ‘빅브러더’의 광채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는 해도….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역 앞 코트야드 메리어트호텔(정식 명칭은 Courtyard by Marriott Seoul Times Square). 지난해 9월 문 연 초대형 멀티콤플렉스 쇼핑몰 ‘서울 타임스퀘어’에 부속한 16층 빌딩(이 중 4층부터 12개 층 사용)으로 오는 21일 개장 1주년을 맞는다.

3일 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코트야드’라는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서울 타임스퀘어 지하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로 오른 코트야드. 호텔은 4층부터인데 4층엔 피트니스센터와 미팅룸, 휴게실만 있다. 로비는 그 위층(5층). 올라갔더니 천장이 3개 층은 될 만큼 높다. 그 한편에 프런트 데스크가 있고 나머지 전 층의 평면이 바와 카페다. 천장만큼이나 시원하게 뻥 뚫린 너른 다이닝 공간. 여행자의 긴장을 풀어줄 만큼 쾌적했다.

카페 이름은 ‘모모(Momo)’. ‘모던 리빙, 모던 이팅(eating)’의 줄임말인데 이름 그대로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심플 모던한 공간이다. 그 안쪽 끝 주방부터 눈에 들어왔다. ‘오픈 키친’(요리 현장이 모두 들여다보이도록 만든 주방)이다. 거기엔 ‘포르노 아 레냐’(피자 등 음식을 조리하는 이탈리아의 전통화덕)가 있었다. 그곳에서 구운 피자는 바삭거림이 남다르다. 당연히 모모 카페의 시그니처 디시(대표요리)다.

거기선 매장처럼 와인을 팔기도 한다. 그러니 사서 가져갈 수 있다. 바롤로 카세타 2004(이탈리아 피에몬테지방에서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들어 6년 숙성 후 판매하는 파워풀한 남성적 맛의 레드와인)를 주문(7만5000원)했다. 그러자 3만 원 추가한 요금으로 치킨 윙 등 안주와 함께 와인을 서브했다. 편안한 분위기, 합리적인 가격. 와인을 즐기기에도 모던하고 심플했다. 요리는 다양했다. 양고기에 비프스테이크까지. 순두부찌개와 해장국도 낸다. 한국음식을 찾는 내외국인을 위한 배려다.

호텔 운영주체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미국)로 전 세계 68개국에서 3100여 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호텔운영사. 코트야드는 이곳의 18개 브랜드 중 ‘비즈니스 트래블러 타깃 특급호텔’로 전 세계 800여 개(28개국)나 된다. 코트야드 서울 타임스퀘어 개장으로 국내 메리어트 브랜드는 네 개(JW메리어트, 르네상스, 메리어트이그제큐티브아파트먼트)로 늘었다.

코트야드를 굳이 등급을 매기면 ‘별 네 개 반’쯤 될 거라는 게 호텔 측 설명. 별 다섯이 못 된 것은 별 다섯 등급 호텔이긴 해도 비즈니스 트래블러에게 필요하지 않은 시설(호화 레스토랑, 스파, 수영장 등)을 뺀 데서 온 것이다. 내 객실은 보통의 딜럭스(30m²)였는데 서비스와 객실은 크기, 시설 모두 별 다섯에 손색없었다.

4일 오전, 프런트에서 퇴실손님을 지켜봤다. 전날은 객실 283개(스위트 10개 포함)가 동난 날(객실점유율 100%). 그런데 4 대 6이라던 내외국인 비율(평균치)이 그날은 1 대 9였다. 외국인은 국적도 다양했다. 미국인이 가장 많았고 중국 홍콩 동남아에 아프리카인도 있었다. 차림과 가방으로 추정하건대 거의 비즈니스맨이었다. 호텔 측에 따르면 가족단위 한국인은 주로 휴가철과 주말에 몰린단다.

이 호텔 총지배인 사이먼 벨 씨에게 ‘85% 신화’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오픈 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수치지요. 영등포라는 열악한 위치, ‘코트야드’라는 생소한 브랜드, 특급이지만 상용고객(비즈니스 트래블러) 취향 호텔 등 극복할 요소가 많았는데…. 하지만 시장에서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적당한 가격’의 마케팅 효과라고 분석합니다.” ‘13만∼15만 원대’(단체할인가 포함 평균)의 현 가격이라면 코트야드를 경쟁할 상대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위치도 강남북 중심가를 30분 이내로 연결(지하철)하므로 취약하지 않다. 멀티플렉스 쇼핑몰의 40여 개 레스토랑도 장점이 된다. 이젠 서울로 출장 오는 내국인 비즈니스맨과 공무원도 이용할 만하다.
○이용정보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주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전화: 02-2638-3000 △예약: www.marriotthotels.co.kr

◇추석패키지 17∼26일 연휴 중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를 1박 18만 원(세금·봉사료 별도)에 제공. 2인 조식뷔페(콘티넨털 스타일)와 웰컴드링크 포함. 피트니스센터, 스쿼시 코트, 수영장, 인도어 골프연습장, 사우나 이용 가능. 식사는 20% 할인. 02-2090-8025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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