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리더 없어도 척척… ‘동물 무리’를 배워라

동아일보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0-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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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웜/피터 밀러 지음·이한음 옮김/316쪽·1만5000원/김영사
《미국의 생물학자 데버러 고든은 20년 넘게 모하비 사막에서 붉은수확개미 군체를 연구했다. 약 1만 마리로 이뤄진 군체의 개미들은 저마다 맡은 일을 하느라 분주하다. 새벽에 처음 바깥으로 나오는 집단은 정찰자들이다. 이어 일개미 집단이 오물을 갖고 나와 특정 장소에 버린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일개미들이 나와 쓰레기를 멀리 처리한다. 군체의 모든 구성원은 기본 계획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개미집에는 경영자도, 관리자도 없다. 각각의 개미는 맡은 일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개미 군체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인다. 고든은 이를 두고 “개미는 영리하지 않다. 영리한 것은 개미 군체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도자의 지휘 없이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물 집단의 행태에 주목하고, 리더 없이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무리를 ‘영리한 무리(smart swarm)’라고 이름 붙였다.

‘영리한 무리’의 첫 번째 특징은 ‘자기 조직화’다. 개미 군체가 보여주는 특징이다. 한 가지 실험은 ‘자기 조직화’의 양상을 잘 보여준다. 먹이를 향해 나 있는 두 갈래 길 가운데 개미들이 어떻게 짧은 길을 선택하느냐를 지켜본 실험이다. 짧은 길로는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개미가 오가게 되고 자연히 더 많은 페로몬이 남는다. 과정이 되풀이될수록 짧은 길의 페로몬 자취는 강해지고 더 많은 개미가 그쪽 길을 택하게 된다. 군체가 자기 조직화를 통해 최상의 해법을 내놓는 것이다.

개미 군체의 이런 특징은 인간 생활에도 적용된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진은 컴퓨터상에서 가상의 개미를 활용해 순회 외판원들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순회 경로를 만들었다. 미국 전역에 가스를 공급하는 아메리칸에어리퀴드는 비슷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과 유통의 최적화 툴을 만들어 실제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거대한 무리를 지어 날고 있는 찌르레기 떼(위)와 벌집에 모여 있는 꿀벌들(오른쪽 사진). 동물세계에서 무리를 이룸으로써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를 관찰한 저자는 “찌르레기는 이웃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함으로써 최적의 집단행동을 만들어내고, 꿀벌은 각 개체가 수집하는 수많은 지식을 토대로 결정을 내림으로써 지도자 없이도 최선의 결정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동아일보자료사진
저자가 꼽은 또 다른 ‘영리한 무리’는 벌이다. 코넬대의 생물학자 토머스 실러는 외딴 섬에서 꿀벌의 행동을 관찰했다. 수천 마리로 이뤄진 꿀벌 군체가 어떻게 개개의 견해차를 제쳐놓고 집단으로서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지 확인하는 연구였다. 연구자들이 관찰한 것은 꿀벌들의 ‘집 구하기’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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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은 이렇다. 정찰벌들은 각기 날아다니면서 적당한 곳을 찾으면 무리로 돌아와 꼬리춤으로 발견한 것을 알린다. 곧 무리와 집 후보지 10여 곳 사이를 벌들이 줄지어 오가면서 점점 더 많은 정찰벌이 선택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윽고 충분한 수의 정찰벌이 충분한 수의 후보지를 살펴보는 와중에 한 후보지가 유력하게 부상한다. 다시 말해 꿀벌 무리는 지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상호작용을 수없이 반복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꿀벌의 의사 결정 과정은 ‘영리한 무리’의 두 번째 주요 원리인 ‘지식의 다양성’을 활용한 사례다. 많은 개체가 참여해서 다양한 지식을 내놓게 되면 그 다양한 대안에서 최적의 선택이 이뤄지는 것이다.

2005년 1월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의 부회장 제프 세버츠가 한 실험은 꿀벌의 ‘집 구하기’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그는 직원 수백 명에게 2월의 선물 카드 판매량이 얼마일지 예측해보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192명이 답장했고, 평균 추정치를 3월 초에 실제 판매량과 비교했더니 집단 추정값의 정확도는 99.5%로 드러났다. 담당 부서보다 정확했다. 적절한 상황에선 몇 명의 전문가보다 비전문가 집단이 더 뛰어난 통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새들은 수천 마리가 마치 한 마리인양 행동한다. 수천 마리의 새는 극한적 수준의 회전을 하는 동안에도 흩어지지 않고 서로 부딪히지도 않는다. 저자는 이를 ‘적응 모방’으로 설명했다. 한 집단의 개체들이 서로에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뜻한다. 그들은 주변의 신호를 살피면서 집단 전체의 행동을 빚어낸다.

연구에 따르면 새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웃의 행동을 따른다. 한 무리에 속해 있을 때의 주된 이점 중 하나는 적에 대한 정보라든지 환경에 관한 신호들을 홀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얻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큰 집단에선 사소한 실수는 평균화돼 집단이 나쁜 정보에 반응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한다.

저자가 내세우는 ‘영리한 무리’ 개념은 ‘무리가 개인보다 더 나은 결정을 하며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우선 전제로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그 자신도 인정한다. 집단의 의사결정이 잘못된 결과를 낳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장에 관객이 몰려 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개인이 무리에 섞여 있는 바람에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다.

동물의 세계에선 들판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리는 메뚜기떼를 예로 들 수 있다. 아프리카의 사막메뚜기는 대부분의 시기에는 순한 곤충이다. 그러나 개체수가 급증하고 먹이가 부족해지면 상황은 급변한다. 메뚜기 무리는 더 좋은 환경을 찾아나서는 나머지 개체들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집단은 옆의 다른 집단도 날아오르도록 자극하고, 이윽고 집단들은 합쳐서 더 큰 집단을 이루고 결국 대규모 무리를 이뤄 큰 재앙을 낳는다.

같은 무리인데도 개미나 벌과 다른 점은 무리에 속한 각 메뚜기가 더 큰 선(善)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리에 속해 있지만 각자 자신을 위해 행동한다. 서로 협력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가 살아남는 데만 신경을 쓴다.

저자는 “극단적인 밀도에서 군중은 메뚜기 무리처럼 자기 보존에 이끌리는 혼돈 상태로 넘어간다. 이렇게 붕괴되는 한 가지 이유는 군중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 부재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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