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돈과 이별했다,이웃 없인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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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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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마크 보일 지음·정명진 옮김/328쪽·1만3000원/부글북스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의 저자 마크 보일은 자연에서 버섯과 열매를 얻고 장작 난로로 난방을 해결했다. 그는 이 체험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과잉소비 극복과 생태적 대안을 모색했다. 사진 제공 부글 북스·Charlotte Sexaeur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의 저자 마크 보일은 자연에서 버섯과 열매를 얻고 장작 난로로 난방을 해결했다. 그는 이 체험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과잉소비 극복과 생태적 대안을 모색했다. 사진 제공 부글 북스·Charlotte Sexaeur
《책 제목을 보면 저자가 치기 어린 퍼포먼스를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리얼리티 TV 쇼에서 많이 봐온 일을 기획한 것도 같다. 하지만 저자가 이런 극한의 체험을 선택한 이유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생태학적인 대안의 모색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출신인 저자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윤리적인 직업을 원해 유기농식품 산업에 종사했다. 그는 이 직업을 통해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는 지구가 병드는 가장 큰 원인을 현대인이 소비하는 물건으로부터 단절된 것이라고 느꼈다. 재화가 생산자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과잉생산으로 식량이 낭비되고 있었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분리시키는 요인이 바로 돈이라고 생각했다.》
돈은 필요 이상으로 인간 욕망을 자극한다. 은행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줘야만 수익을 창출한다. 그가 보기에 현대 경제체제는 극도로 부풀려진 욕망의 토대 위에 자리한 것이다. 요즘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은행산업과 석유산업에 기반한 세계경제는 기후변화와 ‘피크 오일’(peak oil·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조지 몬비어트는 “언젠가 ‘자연 경색’이라는 재앙이 다가오면 자연은 ‘구제금융’을 모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생태적 재앙의 원인인 돈과 이별하기로 결심했다. 2008년 11월 실행에 돌입하기 전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선 수표와 현금은 물론이고 신용카드도 절대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모든 은행 계좌를 해지했다. 생활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집과 교통수단을 마련하고 친구와의 교류도 이어간다. 또 쌍방이 가격에 동의해야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물물교환 대신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받기로 했다.

그는 돈 없이 사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1600파운드(약 300만 원)을 준비했다. 집은 이동식주택을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얻었다. 이동식주택을 주차할 공간을 빌리는 대가로 영국 서부 브리스틀 근처의 유기농장에서 일주일에 3일, 하루 9시간씩 일하기로 했다. 이동식주택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저자는 근처에 구덩이를 파고 주위에 판자를 둘러쳐 ‘휴매뉴어’(humanure·퇴비 등으로 재생하는 인간의 배설물)를 처리했다. 미국수도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수세식 화장실은 하루에 물 70L를 쓴다. 하지만 퇴비화장실은 물이 필요 없어 친환경적이다. 난방은 재생 가스통과 자전거 부품을 이용해 만든 장작 난로로 해결했다. 장작은 나무를 베지 않고 쓰러져 썩은 나무를 썼다. 인프라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에너지를 생산할 태양열 전지판이었다. 200파운드(약 36만 원)짜리 전지판은 그가 사용할 컴퓨터와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를 생산했다. 그의 휴대전화는 ‘종량요금제’로 걸 때만 요금이 부과된다.

식량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식료품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진 음식이 넘쳐났다. 야생에서도 먹을거리를 찾았다. 겨울에도 모과와 솔잎, 민들레 잎, 쐐기풀, 그리고 식용버섯을 구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죽은 말오줌나무에서 자라는 목이버섯을 좋아했다. 채식주의자인 그에게 영양이 많은 버섯은 고기와 같은 것이었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그도 몸이 아플 땐 힘겨웠다. 특히 저자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했다. 체험을 시작하기 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는데도 봄이 되자 콧물 증세가 심했다. 그는 식물도감과 한의학을 연구해 질경이로 만든 차를 마셨다. 거짓말처럼 증세가 없어졌다. 세탁은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환경을 살리는 효과가 컸다. 싱크대에서 소프넛을 끓여 만든 비누로 문질러 빨았다. 세탁기로 옷을 빨 때는 100L의 물이 들었지만 손으로 옷을 빨 경우 12L면 충분했다.

돈이 없어도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즐길 수 있었다. 그는 크리스마스에 영국 브리스틀에서 15번의 히치하이킹으로 고향인 아일랜드 도네갈까지 도착했다. 배도 공짜로 얻어 탔다. 돈을 들일 경우 8시간이면 고향에 닿을 수 있었지만 29시간이 걸렸다. 그는 히치하이킹의 몇 가지 노하우를 제시한다. 행복한 표정을 지을 것, 밝은 색 옷을 입을 것, 짐을 최소화할 것 등을 실천하면 무임승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의 실험에 많은 영국 언론매체가 관심을 보였다. BBC 방송과 일간지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이 그의 일상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는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는데 태양열 발전은 전기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자주 컴퓨터 전원이 끊겨 작성 중인 원고를 날렸다. 그는 종이에 먼저 글을 쓴 다음 다시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종이는 자작나무버섯을, 잉크는 잉크모자버섯을 가공해 만들 수 있었다.

실험을 통해 그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먼저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이다. 주위의 도움이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혼자 살아가기는 힘들지만 일정 규모의 공동체를 구성하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로빈 던바는 영장류의 경우 150명 정도면 사회적 관계를 견실하게 유지하며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을 주는 행위와 받는 행위의 유기적 흐름도 깨달았다. 도움을 베풀면 내가 필요할 때 반드시 돌려받는다는 믿음이다. 저자는 기독교에서는 이를 ‘뿌린 대로 거둔다’, 불교 신자들은 ‘인과응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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