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년 전 이스라엘의 골고다 언덕에서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주장하던 예수라는 청년이 십자가에서 처형됐다. 이 사건은 기독교의 뿌리가 됐다. 긴 시간이 흘렀다. 서울의 하늘아래 그 십자가가 뿌려져 있다. 차주용 사진작가의 작품 속 풍경은 우리가 고개만 돌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그런 것이다. 》
차주용 사진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THE ONE’이 9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룩스’(02-720-8488)에서 열린다. 차 작가는 ‘한국적 풍경 시리즈’ 작업의 첫 번째로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 풍경’을 필름에 담았다.
차 작가는 “한국엔 구원받아야 할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라고 묻는다. 그의 소통의 주제는 종교의 원천에 대한 것이다. 또 쉴 새 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변화무쌍한 그 진실에 대해 묻고 있다. 작품은 십자가 풍경으로 나타났지만, 종교의 근원적 탐독 안에 있다.
김윤성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는 서문을 통해 “십자가가 즐비한 풍경으로 개신교라는 종교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십자가들은 단지 그 획일적인 스타일과 규모, 색으로 인해 조금 더 도드라지는 것일 뿐”이라며 “그 밑에는, 둘레에는, 뒤에는,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엄연히 우리 종교문화 전반의 맹신과 독선, 나아가 우리 사회에 가득한 맹신과 독선이 깔려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십자가는 단순한 하나의 오브제가 아니라, 우리 종교문화와 사회를 반영하는 기호”라며 “우리가 그 심층으로 파고들어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는 상징”라고 평했다.
기독교 뿐 아니라 실제 많은 종교는 ‘구원’을 목표로 한다. 또 더 많은 종교에서 ‘평화’를 외친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만난 종교는 그 구원과 평화의 외침 앞에 폭력이 있었다. 사회의 맹신과 독선이 종교라는 탈을 쓴 것처럼 말이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가장 큰 원인중 하나가 ‘종교’다.
한국의 도시에는 수없이 많은 십자가가 뿌려지고 사라진다. 또 여러 모양의 다른 종교도 공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종교로 인한 피비린 분쟁은 없다. 분명한 한국적 풍경이다. 올해 3월 알렉산더 매클래런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사무국 국장이 한국의 ‘종교공존’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방한하기도 했다.
차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소통을 구애하며 바라 본 한국적 풍경 속에 사람들은 무엇을 볼지 궁금하다”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소통하고, 담론을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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