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낮은 행복감, 물질주의 때문”

동아일보 입력 2010-08-17 03:00수정 2010-08-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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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과학계의 찰스 다윈’ 에드 디너 교수 인터뷰

“행복하면 질병-생산성에도 영향…‘국가 자원’ 인식하고 정책 펴야
돈에도 효용 한계체감법칙…인간관계 등 다른 가치 키우길”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은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이고, 사회적 관계의 질이 낮다. 이는 한국의 낮은 행복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특히 물질중심주의적 가치관은 최빈국인 짐바브웨보다 심하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만난 행복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에드 디너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이렇게 한국 사회를 진단했다. 19일 한국심리학회가 주최하는 연차학술대회에서 ‘한국 사회의 행복도’를 주제로 기조연설하는 그를 미리 만났다.

디너 교수는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2005년 130개국 13만72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 여론조사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5.3점으로 중간인 5.5점보다 약간 낮았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정서 균형’은 130개국 중에서 116위에 불과했다. 물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9점 척도)에서 한국은 7.24로 미국(5.45)이나 일본(6.01)은 물론 짐바브웨(5.77)보다 높게 나왔다.


디너 교수는 “물질중심주의적 가치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관계나 개인의 심리적 안정 등 다른 가치를 희생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돈 버는 데 신경 쓰느라 가족관계나 개인의 취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등한시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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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행복에 대한 연구를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서 ‘행복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가’로 확장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그는 “지금까지 행복학 분야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행복한 사람이 건강이나 성공, 인간적 성숙성 등 모든 면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다”고 소개했다.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이 질병 관리나 생산성, 창의성 등 국가 측면에서 관리해야 할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행복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행복이 성공을 이끈다는 주장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그는 “17세에 행복도가 높은 청소년이 40세가 됐을 때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는 행복감이 성취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이라는 모호한 개념 대신 과학적 연구를 위해 ‘주관적인 안녕감’이라는 정의도 고안했다. 자신의 삶에 대해 내리는 인지적, 정서적 평가를 말하는 것이다. 디너 교수는 “행복의 결정적 요인은 사회적 관계, 배움의 즐거움, 삶의 의미와 목적, 작은 일상에서 긍정적인 것을 인식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것이라도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특히 강조했다. 어제도 비행기에서 만난 꼬마에게서 로데오 소를 타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는 그는 “긍정적인 정서는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풍부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너 교수는 행복에 대한 오해 중 하나로 ‘돈이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꼽았다. 그는 “돈의 효용에도 한계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사회적 관계나 심리적 안녕 등 다른 가치에 대한 태도를 키우지 않으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이 상태로 간다면 경제적으로 더 잘살게 되더라도 행복도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지위나 경쟁에 집착하지 말고 내면의 즐거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에드 디너 교수는


현재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나 섐페인 캠퍼스 심리학과 석좌교수로 행복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가 1984년에 쓴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논문은 심리학계 행복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20여 년간 250여 편의 행복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005년에 쓴 ‘긍정적 심리의 혜택-행복이 성공을 이끄는가’는 행복의 원인에 초점을 맞춘 기존 학계의 관점을 행복의 결과로 옮기는 데 기여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아일보 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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