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쿨~하게, 도심 5色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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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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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호텔 여름패키지 완전정복

호텔에서 보내는 하루는 서울 도심 속 일상의 시간을 포스트모던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새하얀 침구, 번쩍이는 운동시설…. 올해 5월 서울 중구 장충동에 문을 연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은 멤버십 회원 전용 공간이지만 호텔 투숙객에겐 회원과 똑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이 호텔 야외 수영장 ‘오아시스’에는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200개의 선베드와 미니풀이 딸린 방갈로 형태의 휴식 공간인 ‘카바나’가 23개 있다. 사진 제공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
호텔에서 보내는 하루는 서울 도심 속 일상의 시간을 포스트모던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새하얀 침구, 번쩍이는 운동시설…. 올해 5월 서울 중구 장충동에 문을 연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은 멤버십 회원 전용 공간이지만 호텔 투숙객에겐 회원과 똑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이 호텔 야외 수영장 ‘오아시스’에는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200개의 선베드와 미니풀이 딸린 방갈로 형태의 휴식 공간인 ‘카바나’가 23개 있다. 사진 제공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
“여름휴가에 대해 여러분이 갖는 로망은 무엇이가요?”

트위터로 질문을 하자 몇몇 팔로어가 답변을 보내왔다.

“낯선 곳에서 잠시나마 다른 사람처럼 살아보기. 단, 회사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사절!”

“블루! 파란 하늘, 파란 수영장. 거기에 시원한 칵테일.”

휴가는 지극히 사적인 시간이어서 각 개인의 형편에 따라 천태만상이다. 그런데 휴가에도 트렌드가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최근 급속하게 이용이 늘고 있는 서울시내 호텔 패키지도 그중 하나다. “아니, 왜 편안한 집 놔두고 호텔에 간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남성분이 있다면 유감이다. 휴가철 당신에게 편안한 집은 아내에겐 밥 차리고 치우고 또 밥 차리고 치우는 매우 성가신 곳일 수 있을 텐데….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월드,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등 5곳을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비행기 탑승권을 사지 않고도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처럼 살아볼 수 있는 곳, 블루를 누릴 수 있는 곳, 호텔이었다. 바캉스 시즌을 맞아 각 호텔을 취재한 내용을 5가지 색채로 구성해봤다.

○어느 카사노바와의 대화

기자: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에 다녀오셨다고요.

카사노바: 문학가이자 모험가이며 호색한(好色漢)인 내 취향에 딱 맞는 곳이었소.

기자: 세계적 리조트그룹 ‘반얀트리’가 과거 ‘물 좋기로 소문났던’ 타워호텔을 리모델링해 최근 문을 열어 꽤 비싸다고 들었습니다만….

카사노바: 프리미어 타입 객실은 1박에 49만7000원. 그러나 1인당 1억 원이 넘는 돈을 내고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한 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단 하루만이라도 모두 체험할 수 있었으니 꽤 괜찮은 손익 계산 아니겠소. 무엇보다 매우 미학적인 장소였소.

기자: 사유의 조화, 질서의 조화 같은….

카사노바: 한 층에 최대 4개의 객실뿐이라 불필요한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소. 태국에서 직수입한 이국적인 화병과 조명, 향초, 그리고 33도 물이 받아진 8m²(2.4평)의 객실 내 미니풀. 고양이 같은 스모키 눈매에 레이스 란제리를 입은 나의 그녀가 나신이 됐을 때 유리창으로 손에 잡힐 듯 보이던 남산타워 불빛이 그녀의 둥그런 몸을 신비롭게 빛냈소. 우리는 풀 속에서 샴페인을 마시고 나와서는 열대 교목인 일랑일랑 성분이 들어간 반얀트리 브랜드 오일로 서로의 몸을 마사지했소. 스며들고 섞이는 인간적 교감이랄까.

기자: 호텔 투숙객도 누려볼 수 있는 멤버십 회원 혜택이라면….

카사노바: 이튿날 우리는 회원과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스트레칭 수업을 받았소. 그녀의 몸 금육이 관능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은 구조미를 갖춘 일종의 미적 감동! 현대가(家) 며느리인 방송인 출신의 노현정 씨가 땀에 흠뻑 젖어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었지만 저마다 재계 인사로 짐작되는 회원들은 아무도 호들갑을 떨지 않았소.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직원들이 역시 유창한 영어를 쓰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대규모 키즈 클럽, 미국 트룬 골프아카데미의 티칭 프로그램을 갖춘 골프 연습장, 미니풀이 각각 딸려 로맨틱한 야외수영장의 대리석 카바나(방갈로 형태의 휴식 공간), 회원 전용의 레스토랑….

기자: 그녀는 만족했습니까.

카사노바: 물론. 럭셔리한 하루를 보낸 후 그녀가 물었소. “그런데 반얀트리가 무슨 나무야?” 도무지 모르겠소이다. 다음 날 사전을 찾아본 후 그녀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소. “인도가 원산지인 영적인 뽕나무래. 너와 보낸 영적인 그곳에서의 하룻밤처럼.”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디자인=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나만의 충전… 가족-연인과 함께… 여름이 즐겁다

○ 싱글의 재충전

도심 속에서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도심 속에서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30대 후반인 수연은 요즘 심난하다. 일에 파묻혀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다가는 이내 떠났다. 최근 헤어진 ‘남친’은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제 (너보다) 편안한 여자를 만나고 싶어”. 서울 한복판으로 별 보며 출퇴근하는 쳇바퀴 인생. ‘그저 푹 쉬면서 인생을 점검하고 싶다.’

지친 그녀가 찾은 곳은 웨스틴조선호텔이다. 직장 근처라 항상 지나치던 곳인데도 정작 작은 여행 가방을 객실에 풀어놓고 보니 생경한 느낌이다. 이 호텔에서 가장 싼 패키지는 ‘서머 로댕’(1박 20만9000원)이지만, 그녀는 가장 비싼 ‘서머 스위트’(1박 37만9000원)를 골랐다. 호텔 패키지가 낯선 사람들은 흔히 가장 싼 걸 택하는 경향이 있으나 고수(高手)들은 반대다. 주니어 스위트룸 객실요금(평소 1박 100만 원)을 포함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신의 손-로댕’ 전시 관람권, 겐조 화장품, 클럽 라운지 이용 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부대 혜택을 평소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111만1580원이니까.

새하얀 침구에 몸을 뉘어본다. 웨스틴호텔그룹이 ‘천상의 수면’을 목표로 개발한 이 거위털 침구의 이름은 ‘헤븐리 베드’다. 거위털 이불(42만 원)과 베개(12만 원)를 호텔 프런트에 주문해 사 가면 고단한 불면증이 ‘굿바이’ 하면서 사라져줄까. 피트니스클럽에 들어서자 한 남성 트레이너가 비누냄새 느낌의 청량한 미소로 체성분 분석을 권한다. “근육을 키우셔야겠어요.” 그래, 몸 근육을 키우면 마음의 근육도 단단해질 것 같다.

다음 날 수연은 하늘거리는 원피스 차림으로 미술관에 갔다. ‘신의 손-로댕’전에선 사랑하는 남녀 조각상의 손 위치를 유심히 살폈다. 때로는 목덜미, 때로는 배 위에 있는 창조적이고도 지적인 손.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청동상 ‘왈츠’ 앞에 서니 그들의 치명적인 사랑이 상상돼 울컥한 마음도 든다. 여름 세일이 한창인 호텔 맞은편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내 스페인 패션 브랜드 ‘망고’ 매장에도 들렀다. 지난해부터 수입회사가 제일모직으로 바뀐 후 옷 구성이 한결 좋아졌다. 목가적 느낌의 아이보리색 스커트, 과감하게 짧은 점프 슈트를 샀다. ‘난 그럴 만하니까. 힘을 내자, 수연.’

○ 내 아이를 위한 동화

객실이 동화 속 세상처럼 꾸며진 롯데호텔월드 캐릭터룸.
객실이 동화 속 세상처럼 꾸며진 롯데호텔월드 캐릭터룸.
전 올해 세 살인 연우입니다. 엄마, 아빠와 다녀온 잠실 롯데호텔월드 캐릭터룸을 떠올리면 지금도 막 신나요. 요즘도 놀이방에서 “롯데월드, 롯데월드”라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랑한다니까요.

그렇게 그림책 같은 장소는 처음 봤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롯데월드 어드벤처 캐릭터인 ‘로티’와 ‘로리’ 인형이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 복도에선 동요도 흘러나왔어요. 방 안은 더 예뻤어요. 천장에는 하늘과 별이 그려져 있고, 침대 머리맡은 알록달록 퍼즐로 장식돼 있었어요. 키가 낮은 어린이용 세면대와 좌변기, 인형 모양의 휴지걸이와 칫솔세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과 캐릭터 연필세트. 전 동화 속 주인공이 됐죠. 창문 커튼을 열었더니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어요. “야아, 롯데월드다”라며 폴짝폴짝 뛰었어요. 엄마는 방 안에 놓여 있던 롯데월드 어드벤처 자유이용권 2장을 들더니 “연우야, 우리 롯데월드 가자”고 했어요.

롯데월드 어드벤처 입구에서 엄마는 직원 아저씨랑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환호하면서 아빠랑 ‘하이파이브’를 했어요. 뭔 일인가 했더니, 최근 3개월간 이용실적이 있는 롯데카드 회원은 한 달에 한 번, 연간 6회 롯데월드 어드벤처 무료입장이 가능하대요. 하긴 놀이공원에 가면 엄마와 아빠 중 한 명은 제가 탈 놀이기구의 줄을 서거나, 유모차를 지키거나, 사진을 찍으니까 자유이용권이 굳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다음에 또 한 번 올 수 있겠다”며 우리 가족은 위풍당당하게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들어가 놀았답니다.

마음 약한 엄마에게 떼를 써서 분홍색 솜사탕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흐흐. 빨간색 미니마우스 머리띠를 쓰고 예쁜 척 사진 찍는 엄마, “난 자이로드롭이 재밌어”라는 아빠. 호텔방으로 돌아와서는 둘 다 저보다 먼저 곯아떨어지더라고요. 엄마, 아빠 맞아? ㅠㅠ

○ 몰입해 독서하고 싶을 때

쾌적한 야외수영장을 자랑하는 그랜드하얏트서울.
쾌적한 야외수영장을 자랑하는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 1550호. 해외 출장이 잦아 수많은 호텔을 다녀본 유진은 이 그랜드 클럽 룸에 들어선 순간 ‘내 생애 기억에 남을 호텔 객실이야’란 생각을 했다. 한남대교와 이태원 일대 고급 주택들, 한강 너머 강남까지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일품이었다. 연갈색 목조로 단장된 그랜드 클럽 객실은 정갈한 이미지였다. 목욕 제품은 영국 왕실에서 사용한다는 ‘아로마 세러피 어소시에이트’ 브랜드.

평생회원들이 주로 다니는 피트니스센터는 3년 전 리노베이션돼 현대적 운동시설들이 즐비했다. 매 시간 요가 클래스도 있었다. 널찍한 야외수영장엔 아이와 함께 주말에 놀러온 아나운서 윤인구 씨가 눈에 띄었다. 떠들썩하지 않고 한적한 느낌. 일반 객실에 투숙하면 3만5000원을 따로 내야 하는 사우나도 그랜드 클럽 룸 숙박 고객에겐 무료였다. 분홍색 모래시계를 거꾸로 세워 한증막에서 땀을 빼니 한결 몸이 가뿐해졌다.

초등학생 아들은 미국으로 영어 캠프를 떠나고, 남편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그녀는 잠시 혼자가 됐다. 며칠 전 남편은 국제전화를 걸어와 “호텔에서 당신만의 시간을 가져봐”라고 권했다. 참 멋진 남자다. 일본 논객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의 대담을 실은 신간 ‘지(知)의 정원’,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 등 몇 권의 책을 챙겨 왔다. 오후 10시까지 무제한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클럽 라운지 서비스는 커피 마니아인 그녀에겐 매우 유용했다.

훗날 남편과 함께 다시 이 방에 오게 된다면 객실 창가에 함께 걸터앉아 황홀한 야경에 어울리는 프랑스 보르도 ‘샤토 팔메르’ 와인을 나눠 마시리라. 이른 아침 호텔 앞 구름다리를 건너 남산을 산책하리라. 한때 가슴 떨렸던 연애시대를 추억하며.

○ 3대 가족을 위한 시간

침실과 응접실이 함께 있는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클럽 스위트 룸.
침실과 응접실이 함께 있는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클럽 스위트 룸.
사랑하는 딸과 사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너희 덕분에 참 오랜만에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을 다녀올 수 있었네. 너희가 어렸을 땐 이 호텔 야외수영장 이름이 ‘맘모스 수영장’이었는데 말이야.

맞벌이 부부인 너희는 평소 어린 손자를 우리에게 맡기는 게 죄송하다며 이번에 호텔에 가자고 했지. 너희가 밤늦게까지 일하며 고생해 번 돈을 괜히 비싼 호텔비로 쓰는 것 같아 솔직히 우리 마음은 불편했었어. 그런데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클럽 스위트룸엔 더블 침대와 싱글 침대가 함께 놓여 있어 쾌적했고, 야외수영장 풀 사이드 뷔페의 LA갈비도 맛있더라. 우리 귀여운 손자 정민이가 모처럼 엄마 아빠와 널찍한 영유아 야외 온천 풀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너희가 권한 이 호텔 시어터의 블록버스터 급 디너쇼 ‘꽃의 전설’도 감명 깊었어. 부채춤, 비보이 춤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공연이 총망라돼 펼쳐지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넋을 잃고 보더라고. 워커힐 산책로를 손잡고 걸으면서는 “효도하는 딸과 사위 덕분에 노년에 호강하네”라고 얼마나 흐뭇해했는지. 얘들아, 고맙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줘서.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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