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작품은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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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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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방’ ‘솜씨’ 등 비영리 예술공간 속속 개관

비영리 예술공간 ’솜씨’는 권기수 김동유 유근택 씨 등 작가 40명이 익명으로 작품을 출품한 뒤 일반인의 작품과 함께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다. 사진 제공 솜씨
비영리 예술공간 ’솜씨’는 권기수 김동유 유근택 씨 등 작가 40명이 익명으로 작품을 출품한 뒤 일반인의 작품과 함께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다. 사진 제공 솜씨
햇볕 잘 드는 거실에는 이광호 씨의 PVC로 만든 의자가 놓여 있고 벽에는 이세현 씨의 회화, 차영석 씨의 정물 드로잉이 걸려 있다. 옆방으로 들어서면 타인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집기를 옮기는 과정의 소음과 움직임을 담은 로와정의 영상 작품 ‘타인의 삶’을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주택가에 자리한 2층집을 전시장으로 고쳐 개관한 ‘아트라운지 디방’의 풍경이다. 24일까지 ‘문지방’이란 주제 아래 문형민, 송민규, 이선경, 장민승, 전가영, 크리스틴 선 김 씨의 작품을 선보이는 개관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은 마중물재단(이사장 박용선)이 첫 사업으로 마련한 비영리 문화공간. 마중물이란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을 의미한다. 재단 측은 “이름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하는 유연한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02-379-3085

상업성에 물들지 않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문화 소통의 거점을 지향하는 비영리 예술공간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디방’에 이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도 다목적 공간 ‘솜씨’가 12일 문을 열었다. 갈수록 미술작품이 상품처럼 취급받는 현실에서 이들 공간의 개관은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시도란 점에서 주목된다.

‘솜씨’는 카페 형식의 작은 공간으로 색다른 형식의 개관전을 8월 14일까지 연다. 유근택 권기수 김동유 정보영 임자혁 씨 등 40명이 참여해 40×40×40cm 크기의 작품을 선보이는 ‘40×40×40×40’전. 특이한 점은 작가들은 익명으로 작품을 내놓고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만든 ‘작품’도 함께 판매한다는 것. 작가의 이름이 곧 작품 값인 미술시장에서 창작자가 예술가인지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작품을 선보이고 솜씨를 겨루는 자리란 점이 흥미롭다. 가격대는 2000∼80만 원 선.

강무성 대표는 “공적 기금에 의존하는 대안공간과 달리 개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공간”이라며 “상업 갤러리에서 하기 힘든 전시를 할 수 있는 자생적 공간으로 뿌리내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02-2633-3313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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