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13>子夏曰, 雖小道나 必有可觀者焉이어니와…

  • Array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논어’ ‘子張’의 제4장은 子夏의 말을 채록했다. 당시 젊은이 가운데는 인륜의 도리를 닦아 원대한 이상을 실현하려고 하기보다 小道에 빠져 있는 이가 많았으므로 자하는 그 폐해를 경고한 듯하다.

주희에 따르면 小道는 農事 場圃(장포) 醫術(의술) 占卜(점복)을 가리킨다. 과거의 지식계층이 보기에 그런 일은 小道였을 것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삶의 참 목적과 무관한 작은 기예나 취미를 뜻한다. 必有可觀焉이란 小道에도 인생에 대처하는 볼 만한 점이 있다는 말이다. 致遠은 遠大함을 극도로 다함이니 원대함이란 修身을 통해 治人을 이루는 大業을 가리킨다. 恐은 추측의 어조를 나타낸다. 泥는 진흙에 발이 빠졌듯이 拘碍(구애)되어 통하지 않음이다. 不爲는 小道를 공부하지 않는다는 말로 爲는 學이나 治와 같다.

경주최씨의 시조이자 한국 유학사상 비조로 손꼽히는 崔致遠의 이름은 이 장에서 따왔으리라 생각된다. 부친이나 어른은 그가 원대한 뜻을 추구하기를 바랐기에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필경 그 뜻에 부합하는 字(자)가 따로 있었을 터인데 흔히 孤雲을 字라 보고 있다.

주희는 만년에 후학에게 부친 편지에서 “눈이 한쪽은 이미 멀었고 한쪽도 날로 어두워져서 책을 보기가 아주 힘들다. 그래서 한가하게 앉았노라니 도리어 고요히 수양하는 공부를 하게 되어 지난날 文字에 너무 힘을 쏟은 것이 병통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했다.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은 文字에 집착하지 않고, 내면을 성찰하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하물며 小道에 탐닉하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