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거미줄 친 ‘거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미니앨범 선보여… 어머니도 음반내고 트로트 가수 데뷔

2년 만에 6곡이 수록된 미니앨범(EP)을 들고 나온 가수 거미. 사진 제공 YG엔터테인먼트
2년 만에 6곡이 수록된 미니앨범(EP)을 들고 나온 가수 거미. 사진 제공 YG엔터테인먼트
“이번엔 강한 힙합 R&B”

가수 ‘거미’(본명 박지연·29)라는 예명은 곤충이 거미줄에 한번 얽히면 빠져나오지 못하듯 음악으로 팬들을 사로잡겠다는 뜻이다. 그 거미가 2년 만에 거미줄을 쳤다. 최근 6곡을 담은 미니앨범(EP)을 냈다.

1집 ‘그대 돌아오면’, 2집 ‘날 그만 잊어요’, 3집 ‘아니’를 발표하며 가창력 있는 발라드 가수로 떠오른 그는 2008년 3월 4집 타이틀곡 ‘미안해요’로 빠른 템포의 일렉트로니카 장르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이번 EP의 타이틀곡 ‘남자라서’도 변신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수 테디가 작사 작곡 편곡을 맡은 ‘남자라서’는 강한 비트의 힙합 리듬앤드블루스(R&B) 곡이다. 사랑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드러나는 남자의 이기적인 마음을 여성의 관점에서 노래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거미는 “팬들에게 항상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흑인음악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성 있는 음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남자라서’는 가사가 남녀 모두 공감할 만한 내용이어서 타이틀곡으로 골랐죠.”

이별 노래를 주로 불러온 거미는 이번 앨범 제목을 아예 ‘사랑 없는’이라는 뜻의 ‘러브리스(Loveless)’로 정했다. 사랑에 대해 너무 냉소적으로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연애를 안한 지 좀 오래됐는데…. 과거에 비해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고 노래도 우는 듯 절절하게 불렀어요. 그런데 울고불고 해봐야 별 소용없더라고요. 이젠 사랑에만 매달리기보다 일에 집중하는 편이죠. 그러니까 노래도 더 편안하게 부르게 되더군요.”

그는 “제 목소리에서 슬픈 느낌이 묻어난다고 해서 이별 노래 위주로 불러왔는데 앞으로는 밝은 노래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거미는 올해 말쯤 5집 앨범이나 EP를 선보일 예정이다.

데뷔 7년째인 그는 미국의 R&B 솔 힙합 가수 로린 힐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니! 진정 음악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아요. 살아가는 모습도 왠지 멋있고요. 레게 스타 밥 말리의 며느리잖아요.”

거미의 어머니인 장숙정 씨(52)는 지난달 말 첫 음반을 내고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거미는 장 씨 음반의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일부 곡에서 작사 작곡 코러스를 해주기도 했다. “어머니가 노래 잘하기로 소문이 나서 가수가 아닌데도 이런저런 모임에 많이 초대될 정도였어요. 외할아버지의 반대로 가수의 꿈을 포기했다가 이제야 이루신 거죠. 언젠가 어머니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요.”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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