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랑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영화 ‘모던보이’ 원작자 이지민 씨
신작 장편 ‘청춘 극한기’ 펴내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강렬한 바이러스에 한번쯤 감염되는 것 같아요. 그것이 연애일 수도 있고, 평생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흥분일 수도 있고, 운명에 대한 것일 수도 있지요. 자신을 침입한 그 바이러스와 싸우고 분투하는 유쾌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소설 작가인 이지민 씨(사진)가 신작 장편 ‘청춘 극한기’(자음과모음)를 냈다. 사람들을 사랑에 빠뜨리는 신종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을 유쾌하고 가벼운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를 휩쓸었던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얻은 모티브를 청춘 연애물에 적용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작가들이 한번쯤은 청춘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데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이번에 시도해봤다”며 “우화적인 개념의 바이러스를 통해서 청춘이란 인생의 정점에서 중간점검을 해보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험실에서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던 한 젊은 연구원 남수필이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는다. 그가 사랑했던 ‘나’ 역시 감염 가능자 대상에 오른다. 사람들은 그가 죽은 이유가 한창 유행한 특정 바이러스 탓이라 생각하고 ‘나’를 격리시키려 한다. ‘나’는 죽은 남수필의 당부대로 격리를 피해 도망다니며 그를 죽게 한 바이러스의 정체를 찾아간다. 그 바이러스는 걸리는 순간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바이러스로 밝혀진다.

이 씨는 “친언니가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여서 글을 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정색하고 쓰면 오히려 더 우스꽝스러울 것 같아서 전문적인 내용을 많이 뺐다”고 말했다. 대부분 바이러스를 모티브로 한 문학 작품들이 인간 실존의 문제를 어둡게 형상화한 데 반해서 이 소설의 바이러스는 명랑한 만화적 상상력에 가깝다. 작가는 “일종의 ‘생활 SF’를 써보려고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처럼 우리의 청춘도 가시화되지 않은 공포감과 불안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결국은 그런 공포, 불안감도 끌어안고 함께 가는 게 인생이겠죠.”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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