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마흔여덟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셨다. 아들 셋, 딸 셋을 남부럽잖게 키우셨다. 그 두터운 손의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머니는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수고하셨다. 그런데 그 누구도 어머니를 위로하는 자식들은 없었다. 어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식들도 없었다. 어머니는 산 채로 고려장 되셨다. 어머니는 높은 데서 떨어져 다리를 못 쓰시고, 당뇨병에 합병증으로 눈도 잘 못 뜨셨는데, 어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준 자식들은 없었다…. 나는 엄청난 죄인이로구나. 어머니의 신음소리에 귀를 가리고, 어머니의 고통에 눈을 가리고, 어머니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면서 어머니를 마음의 하치장에 쓰레기처럼 방치해두었구나.
작가 최인호 씨가 23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에세이집 ‘천국에서 온 편지’를 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로 인연을 맺은 두 영혼이 42년 동안 쌓아온 이야기를 담은 열여덟 편의 글들은 하나하나가 절절한 사모곡이자 참회록입니다. 작가는 언제나 자식들이 입다 버린 헌 러닝셔츠만을 골라 속옷으로 입던 ‘평생을 낡아빠진 남루한 옷처럼 살아온’ 어머니가 부끄러웠지만, 세상을 떠난 뒤에야 당신이 꽃보다 아름다웠노라고, 당신의 삶 그 자체가 ‘복음’이었노라고 뒤늦은 회한의 눈물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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