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83>子曰, 予欲無言하노라. 子貢曰, 子如不言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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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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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했다.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께서 만일 말씀을 하지 않으시면 저희가 어떻게 도를 전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하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사계절이 운행되고 온갖 품물이생장하나니, 하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공자는 평소 언어의 修辭(수사)에 뛰어났다.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심리와 처지를 고려하여 對症(대증)의 처방을 내리듯이 개념을 정의하고 교훈을 주어 왔다. 하지만 ‘논어’ ‘陽貨’ 제19장에서 공자는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제자들은 당황했다. 孔門十哲(공문십철) 가운데서 언어에 뛰어났던 子貢(자공)이 특히 황당해했다. 선생님께서 말씀으로 가르쳐주시지 않으시면 저희는 어떻게 도를 전한단 말입니까? 공자는 말했다. 사계절의 운행과 온갖 생물의 성장은 모두 천도가 발현되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이기에 더는 말로 설명할 것도 없다고.

欲無言은 말로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련다는 뜻이다. 言語道斷(언어도단)의 경지와 통한다. 小子는 저희 문인들이란 말이다. 述은 가르침을 敷衍(부연)해 나가는 祖述(조술)을 말한다. 天何言哉는 반어의 표현이다. ‘四時行焉, 百物生焉’은 사계절이 운행하고 온갖 품물이 생성한다는 말로, 여기에 天道가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주자는 성인의 一動一靜(일동일정)도 妙道(묘도)와 精義(정의)의 드러남이라고 덧붙였다.

공자는 천도가 인간과 자연의 일 속에 間斷(간단)없이 유행하고 있다고 명료하게 깨달았다. 현실은 ‘천도는 옳은가 그른가(天道是耶非耶)’라고 懷疑(회의)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천도유행의 장엄세계를 응시하도록 노력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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