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님께서는 종단이 어떤 외압 여부로 이렇게 시끄러운데 어떤 외압을 받았는지,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밝히셔서 이 소란을 잠재우실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명진 스님께서는 가장 신뢰가 가지 않는 정치인들이 하는 폭로전으로 이 소란을 키울 것이 아니라 수행자의 면면을 보여 주세요.”(조계종 총무원 인터넷 게시판의 김효순 씨)
11일 조계종 중앙종회가 봉은사(서울 강남구 삼성동) 직영사찰 전환안을 승인한 뒤 3주째 불교계가 야단법석이다. 14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반대를 공식화한 이래 명진 스님의 폭로전과 불자단체, 중앙종회 등 종단 주요 단체의 견해 표명이 이어지면서 불자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총무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불교계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한국 불교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 ‘무소유’의 화두를 던지고 떠난 법정 스님이 일으킨 불교에 대한 호감이 오히려 반감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대화로 조속 해결” 목소리 높아
불자들뿐만 아니라 조계종 원로 스님들도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며 조속한 해결을 주문하고 있다.
종단 원로회의 의원인 경북 봉화군 금봉암의 고우 대종사(大宗師)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옛 스승들이 강조했듯이 절집에는 공심(公心)이 중요한데, 최근 봉은사 사태를 보면서 공심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서로 거칠게 표현하는 것을 자제하고 빨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를 지낸 혜국 스님은 “종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종교 내에서 끝내야 한다. 봉은사 사태를 보면 정치논리로 이끌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자승 총무원장과 명진 스님이 만나 대화로 푸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 “불자와 종단 원로들이 중재에 나서야”
조계종 중앙종회가 25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과 관련한 정치 외압설에 대해 조계종 중앙종회가 “합법적 절차를 통해 의결한 것으로 어떠한 외압도 있을 수 없다”고 밝힌 데 이어, 29일에는 전국 교구본사 주지협의회가 “중앙종회의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25명의 교구본사 주지 가운데 경북 경주시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 등 18명이 참석했다. 협의회장 성타 스님은 “성명서에 명진 스님의 징계를 제안하는 문구를 넣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협의 끝에 채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진 스님이 물러서지 않고 있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명진 스님은 28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천일기도까지 한 내가 왜 이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27일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과 기획실장 원담 스님이 대화를 시도했으나 10분 만에 결렬됐다.
종단 내에서는 종정스님을 비롯한 종단의 지도자들과 불자단체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명진 스님의 토론회를 제안했던 참여불교재가연대 김동건 상임대표는 “총무원장 스님은 나서서 견해를 표명하고, 명진 스님은 정치적 행위를 자중했으면 한다”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불자 단체들과 원로 스님들이 힘을 모아 중재를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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