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묘수이자 패착

  • 동아일보

○ 안형준 2단 ● 홍기표 4단
준결승 1국 9보(141∼161)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로 흑은 진퇴양난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백 46으로 흑 귀를 잡는 수를 막으려면 참고도 흑 1로 백 두 점을 때려내야 한다. 이때 백은 2, 4로 상변을 살릴 수 있다. 상변 백이 살면 좌상 귀 흑, 상변 흑이 모두 엷어진다. 참고도 이후엔 백에게 즐거운 바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기표 4단도 백 ○를 보고 “아니, 그런 수가 있나”라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시간이 차츰 지나면서 그의 얼굴엔 편안함이 깃들었다. 왜일까.

홍 4단은 자신 있는 손길로 흑 41을 뒀다. 이로써 좌상 일대의 흑 전체가 든든하게 연결됐다. 흑 41이 가져온 두터움은 당장 ‘몇 집’이라고 계산하기는 쉽지 않지만 백 46으로 흑 귀를 잡은 것보다 컸다. 우선 흑 45로 상변 백을 편안하게 잡을 수 있고, 흑 47로 두 점을 살리자 백은 52로 공배를 두며 달아나야 한다. 중앙 백도 좀 엷어졌고 좌변에서도 흑 집이 제법 생겼다. 모두 흑 41의 효과다.

결국 백 ○는 묘수이면서 패착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 후 두 대국자는 이 대목을 집중 연구했다.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지만 백은 ○ 대신 무조건 41의 자리에 두고 버티는 작전을 구사했어야 했다는 데는 일치했다. 백 ○와 흑 41이 교환된 뒤에는 백의 패배를 막을 길이 없었다.

마지막 큰 곳인 흑 61이 놓이자 흑의 승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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