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四福 중 으뜸은 貴”

  • 동아일보

‘복에 관한…’ 펴낸 최정호 교수
“壽-富-貴-多男子는 순환구조”

“한국인의 보편적 복의 표상은 예전에 베갯모 같은 데 흔히 수를 놓았던 여섯 글자, 즉 수(壽) 부(富) 귀(貴) 다남자(多男子)입니다.”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는 “한국인이 갖고 있는 복의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적인 것의 참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으로 복에 관한 연구를 해온 그는 최근 ‘복에 관한 담론’(돌베개·사진)을 펴냈다.

복의 네 가지 표상 가운데 첫째인 ‘수’는 ‘모든 것을 삶 속에서 누리려 한 개념’으로 현세긍정주의, 차안(此岸)절대주의로 통한다. 최 교수는 “수가 첫째로 꼽히는 것은 수를 위해선 다른 것들이 희생돼도 감내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가진 ‘부’의 개념은 좋은 것은 빠짐없이 두루 갖춘다는 망라주의와 최고주의를 특징으로 한다고 최 교수는 해석했다. 그는 복의 표상 가운데 ‘귀’를 으뜸으로 꼽았다. ‘수’는 개인적 차원이지만 ‘귀’는 집안의 문제며 ‘귀’에는 ‘부’가 따르고, ‘귀’를 위해서는 ‘생남(生男)’이 전제가 되므로 다른 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복 사상은 ‘다남자’를 기원함으로써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는 시간의 차원으로 진입한다.

최 교수는 “복의 개념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거기에 복의 구조가 갖는 강인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를 위해선 ‘부’, ‘부’를 위해선 ‘귀’, ‘귀’를 위해선 ‘다남’, ‘다남’을 위해선 ‘수’가 전제되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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