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재능 찾아주고 싶다면…그냥 내버려두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0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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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찾고 싶으세요? 그럼 내버려 두세요(Leave them alone)."
예술이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녀가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하도록 돕고 싶은 건 세계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 하지만 아이가 자기에게 알맞은 분야에서 올바른 열정을 찾으려면 부모가 최대한 관심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9일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심리학과의 제네비버 마기우 교수팀은 진행한 3단계 미성년자 재능 계발 연구를 통해 부모의 관심도와 자녀의 열정 강도는 반비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실험은 재능 계발의 '자율성(autonomy)'이란 항목에 초점을 맞췄다. 어떤 활동이든 자신의 가치와 욕망을 스스로 깨달아야 재능 역시 크게 꽃필 수 있기 때문. 악기를 배우는 중학생 196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스스로 연습 스케줄을 짜는 그룹과 부모가 활동을 관리하는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했다. 5개월 동안 장기적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 자율성이 보장된 아이들의 열정도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9%나 높게 나왔다. 마기우 교수는 "심리 측정지수에서 9%란 차이는 자아 계발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몰입도(Obsession)'를 살피는 개별 심층연구로 진행됐다. 특히 부모 통제 아래 학습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들여다봤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 역시 나름대로 재능을 키워나갔지만 끈기 및 집중력에서 약점을 보였다. 예를 들어 클라리넷을 배우는 한 실험대상자는 막힘없이 좋은 연주를 할 땐 상관없었지만, 실수라도 하는 경우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처럼 비(非)자율적인 아이들은 부모를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배움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경향이 컸다. 게다가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다시금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실험은 스포츠 종목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과 조화롭게 지내거나 또는 사물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능력인 '조화성(Harmoniousness)'을 들여다봤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재능을 키운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조화성이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론 이 항목은 자율성이나 몰입도에 비해 재능 계발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그러나 조화성은 위기가 닥치거나 현재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려는 시점에 힘을 발휘했다. 마기우 교수는 "조화성을 갖춘 아이들은 전체 상황을 보는 균형감이 뛰어났다"며 "한 가지 재능만으로 인생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물론 연구진은 이번 실험이 부모의 무관심을 종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기우 교수는 "자녀가 뭐든지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란 뜻은 아니다"며 "재능을 발견하고 찾는 과정 역시 아이들 스스로 헤쳐 나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제네비버 마기우 교수=Geneviève Mageau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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