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하변의 뒷맛

  • 동아일보

○ 이창호 9단 ● 박정상 9단
본선 16강 8국 6보(85∼101) 덤 6집 반 각 3시간

어느덧 끝내기다. 중앙에서 큰 싸움이 한 번 일어난 뒤 돌의 형태가 굳어져 변화가 일어날 곳이 별로 없다.

흑 85는 끝내기 크기로만 따지면 우변 86 부근에 두는 것이 실속 있다. 하지만 지금 흑의 처지에선 흑백이 큰 곳을 번갈아 차지하는 진행으로는 도저히 역전이 불가능하다. 박정상 9단이 우변보다 실속이 덜한 흑 85를 택한 것은 하변 뒷맛을 노릴 수 있기 때문. 이창호 9단도 찜찜한 뒷맛을 느꼈음인지 하변에 한참 시선을 고정시켜 수읽기를 하더니 손을 빼 반상 최대의 곳인 백 86을 둔다. 이 9단은 하변에서 수가 나지 않는다고 확신한 것.

백 86은 선수. 하변에서 확실하게 수가 나지 않는 한 흑이 백 86에 대해 응수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흑 93까지 백은 다시 선수를 뽑았고 백 94로 직행했다. 백 94도 흑이 젖혀 잇는 것과 비교하면 10집이 넘는 곳. 수순 중 백 88로 참고도 백 1로 두는 게 강수인데 지금은 백이 팻감이 부족해 무리다.

흑은 끝내기에서 백에게 두 방을 얻어맞은 셈. 하변 뒷맛을 살려 되갚아줘야 한다. 그것도 호되게 돌려줘야 한다. 흑 101이 그 첫걸음. 올 것이 왔다. 전체 국면을 볼 때 마지막 고비다. 백이 무사히 방어하면 바로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다. 아까 봐둔 이 9단의 수읽기가 나올 차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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