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받은 사랑 ‘보은의 화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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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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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슬럼가 아이들 ‘지라니합창단’ 서울서 공연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축복기도원 강당에서 ‘지라니어린이합창단’ 단원들이 한복을 입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케냐
빈민촌 아이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한국 공연 수익금을 한국 노숙인을 위해 전액 기부한다. 사진 제공 지라니어린이합창단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축복기도원 강당에서 ‘지라니어린이합창단’ 단원들이 한복을 입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케냐 빈민촌 아이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한국 공연 수익금을 한국 노숙인을 위해 전액 기부한다. 사진 제공 지라니어린이합창단
“노 노 노, 온리 소프라노, 레츠 트라이 어게인!”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축복기도원 강당. 김재창 예술감독의 손짓에 따라 흑인 어린이 32명의 검고 큰 눈동자가 움직였다. 지휘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집중하기 위해 미간에 손을 얹은 채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다. 같은 구간을 몇 번씩 반복해 연습시키던 김 감독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퍼펙트”를 외쳤다.

케냐 슬럼가 아이들로 구성된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이 23일 한국을 찾았다. 벌써 세 번째 내한공연이지만 이번에는 김 감독도, 아이들도 조금 더 떨린다. 이제까지 받은 나눔을 되돌려주기 위해 첫 번째 후원 공연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합창단 아이들은 모두 세계 3대 빈민촌인 케냐 코로고초 출신이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인 코로고초는 가장 큰 번화가가 쓰레기장이다. 지라니(Jirani)는 케냐에서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좋은 이웃’이란 뜻이다.

기본적인 성량 테스트를 거쳐 입단한 아이들은 매일 방과 후면 연습실인 교회 창고로 달려왔다. 한창 놀 나이에 지겨울 법도 한데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연습에 빠지는 아이는 거의 없다. 나이로비 시내를 뒤져서 구한 52년 된 피아노를 유일한 악기 삼아 아이들은 아프리카 전통 음악부터 ‘맘마미아’ 같은 뮤지컬 음악, 한국 민요까지 연습했다.

합창단에 들어간다고 아이들의 생활이 크게 풍요로워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옥수수 가루를 찐 ‘우갈리’라는 빵과 소금으로 끼니를 때운다. “합창단에서 나만의 파트를 맡으면서 나도 중요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언젠간 남을 도와야겠다는 책임감도 배웠고요.”(휘트니 무추카 양)

지난 3년간 60여 회에 걸쳐 케냐 전역과 미국 순회공연까지 마친 아이들은 부쩍 성장했다. 훌쩍 자란 키만큼이나 성량과 무대매너, 화음 실력도 늘었다. 몰라보게 나아진 실력을 28일 한국 첫 공연인 ‘해돋는 마을 노숙인 후원공연’에서 선보인다.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의 수익금은 전액 노숙인들을 위해 기부된다. 아이들은 공연에 앞서 다 함께 한국어로 아래와 같은 인사를 할 계획이다. “여러분 저희는 합창단을 하면서 ‘희망’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가르쳐 준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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