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으로 끝난 ‘예술경영 새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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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출신 신홍순 예술의전당 사장, 건강 이유로 사표


전임자 시절 조직내의 문제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노조와의 갈등도 발목 잡은듯
신홍순 서울 예술의 전당 사장(68)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는 이번 주 안으로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 사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이 일흔에 마음만 젊어서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스트레스 때문에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의사가 일을 그만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서울 예술의 전당의 부실경영 등을 둘러싼 논란에 부담을 느껴 사퇴한 게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그간 예술의 전당에 이런 저런 문제가 많았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다. 순전히 건강 문제”이라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LG상사 대표 출신으로 2008년 7월 취임했다. 그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오랫동안 문화예술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 문화계에서는 신 사장의 취임으로 문화예술경영의 새 바람을 예상했으나 그가 1년 반 만에 물러남으로써 미완으로 끝났다.

신 사장은 취임 당시 전당 각 부문의 책임 경영 시스템과 3년 이상 중장기 공연전시 기획 시스템 도입, 공익성 제고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전임자 시절 비롯된 조직 내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문화부의 경고를 받은 데다 노조와의 갈등에 부닥치면서 이 같은 비전을 구체화하지 못한 게 사퇴의 원인이라고 문화계는 보고 있다.

한 공연장의 사장은 “신 사장이 직원 장악에 실패했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공연장 경영은 자기 색깔과 뚜렷한 논리가 없으면 문화예술단체에 휘둘리기 쉬운데 취임 초기부터 적응을 잘 못했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사장은 “기업의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적용시켜 보려 했는데 관 조직이다 보니 한계에 부닥쳐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겪는 듯했다. 이것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리 없이 예술을 전당을 이끌어 왔는데 성과가 드러나기 전에 사퇴해 안타깝다는 말도 나온다. 한 음악평론가는 “노조의 요구에 끌려 다닌다는 면에서는 평가가 좋지 않았으나 그 외 부문에서는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정재옥 사장은 “신 사장은 공연 현장을 자주 찾고 공연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서 “재임 기간이 짧아 아쉽다”고 전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CEO 출신으로 예술 기관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껴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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