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 0' 모델 퇴출 운동, 이번엔 성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5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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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정으로 문제가 된 랄프로렌의 광고
후보정으로 문제가 된 랄프로렌의 광고
2006년 브라질에서 거식증으로 고통받던 모델이 사망하며 시작된 허리사이즈 22인치의 '사이즈 제로(0)' 모델 퇴출 운동이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깡마른 모델 대신 '진짜 여성'을 모델로 쓰겠다는 잡지가 등장한 반면 이는 '뚱뚱한 여성'들의 바람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사이즈 제로(0)' 모델의 시대는 끝. 이제 '진짜 여성' 보여줄 차례

독일 최대의 패션 잡지 브리기테는 이달 초 내년부터 깡마른 모델 대신 보통 여성과 유명인 등을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브리기테의 안드레아스 레베르트 편집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깡마른 여성 모델이 보통의 여성 독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실조와 거식증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간 전문 모델의 깡마른 몸매에 포토샵으로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해왔고, 이에 '질렸다'고 덧붙였다.

브리기테는 자사 웹사이트에 보통 여성들의 사진을 받고 있으며 채택된 경우 전문 모델에게 주는 모델료와 같은 보수를 지급할 예정이다.

미국 패션지 글래머는 이보다 앞서 '진짜 여성'을 지면에 등장시켰다. 지난 9월 키 180cm 몸무게 81kg의 20대 모델 리즈 밀러의 누드 사진을 게재한 것. 글래머 지는 밀러의 처진 뱃살과 두툼한 허벅지를 보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면에 실으며 독자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이에 글래머의 신디 리브 편집장은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여성들이 포장된 것이 아닌 진실을 원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사이즈 제로(0)' 모델 퇴출? 뚱뚱한 여성들의 바람일 뿐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 펠트는 '사이즈 제로(0)' 모델 퇴출 운동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는 오히려 "'사이즈 0' 모델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몸무게를 떠올리고 싶지 않은 뚱뚱한 여성들"이라고 주장하며 패션 세계에서 뚱뚱한 사람을 보기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반박했다.

장폴 고띠에 등 유명 브랜드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존 리브도 "모델들은 보통 여성들보다 지방이 적을 뿐, 더 많은 근육을 가지고 있다"며 마른 모델들의 사회적 부작용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은 바비인형의 발목도 논란이 된 바 있다. 50살이 된 바비인형에게 구두를 선물하기로 한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이 바비인형은 약간의 성형수술이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 그가 "내 구두를 신기에 바비의 발목이 너무 두껍다"고 밝히자 '바비인형은 지금도 '39-18-33'의 비현실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바비인형의 제조사 마텔은 자사 홈페이지에 "오해가 있었다. 루부탱은 하이힐에 맞게 종아리 근육을 강화시키자는 의견을 냈던 것 뿐"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은 안 그래도 마른 모델의 몸매를 후보정한 사실이 알려지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본의 한 백화점에 랄프로렌의 전속 모델 플리파 해밀턴이 등장하는 광고가 바로 문제의 광고였다. 광고 속 해밀턴의 허리가 비정상적으로 가늘었던 것. 영국 타임스 등 해외 언론들은 "머리보다 가늘어 보이는 허리는 후보정 작업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랄프로렌은 문제의 광고는 처음부터 게재할 예정이 없던 것으로 실수로 들어간 것이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키 170cm 몸무게 54㎏의 해밀턴이 미국 NBC방송 '투데이쇼'에 출연해 뚱뚱하다는 이유로 8년간 가족처럼 일했던 랄프로렌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 그는 "광고를 본 젊은 여성들은 깡마른 몸매가 보통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후보정한) 광고 속 깡마른 여성은 실제의 내가 아니었다"며 "랄프로렌이 심어주고자 하는 이미지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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