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간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면…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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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Father’s day’전

아주 오래된, 빛바랜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사람의 흔적 없이 폐허가 된 공간, 그 속에 허물어져 가는 건물과 이제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만 덩그마니 자리잡은 그림. 유령들의 공간처럼 텅 비고 쓸쓸한 이미지 속에 한국 현대사의 한순간이 채집돼 있다.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는 화가 정재호의 ‘Father's day’전에서 만난 작품이다. 아버지 세대에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공간과 사물을 다시 불러내 회화로 번안해 낸 풍경. 전쟁의 상흔을 지닌 노동당사, 실미도, 신촌역 등 1950∼80년대 기록사진 이미지에서 가져온 건축과 사물을 작가가 다시 편집하고 구성했다.

가상의 시공간이면서도 한 시절을 숨차게 달려온 전후 세대에게는 문득 잊혀진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들 세대에게는 ‘아버지의 나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일깨운다. 02-519-08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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