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집 ‘더 기프트: 파트 1’ 낸 박효신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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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효신의 데뷔 후 10년은 불우했던 청소년기만큼이나 굴곡이 많았다. 직설적으로 호소했던 데뷔 초의 발성이 사라진 그의 노래에는 세월만큼 묵직한 울림이 쌓였다. 사진 제공 젤리피쉬
가수 박효신의 데뷔 후 10년은 불우했던 청소년기만큼이나 굴곡이 많았다. 직설적으로 호소했던 데뷔 초의 발성이 사라진 그의 노래에는 세월만큼 묵직한 울림이 쌓였다. 사진 제공 젤리피쉬
《경쾌한 현악 멜로디 뒤로 나지막이 울리는 시계 초침 소리.

15일 발매한 박효신(28)의 6집 앨범 ‘더 기프트: 파트 1’의 첫 트랙 ‘기프트’는 그렇게 시작한다.

“당연한 것이라 착각했던, 여러 고마운 것들에 바치는 선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노래할 수 있는 능력,

그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시간이 깨닫게 해준 소중한 선물이죠.”》

“울지 않아도 슬픔 전할 길 많아
노래 부를 수 있는 재능에 감사”
6집 ‘더 기프트: 파트 1’ 낸 박효신

박효신과 대중의 접점은 음악뿐이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혀서” 신인 때부터 TV 출연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했다. 그런 그에게 콘서트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다. 공연을 못하고 지낸 최근 2년 반은 “고통스러운 정적뿐인 감옥”과 같았다.

“전 소속사와 계약 문제로 법정 다툼이 길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힘이 빠져버렸죠. 누군가에게 노래로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쌓여도 에너지가 있어야 음반을 만들 수 있잖아요. 여행 떠날 기운도 없어서 그냥 멍 하니 있었습니다.”

올해로 데뷔 10년. 초등학교 때 부모의 이혼을 겪은 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자라온 아픔을 보상하기에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데뷔곡 ‘해줄 수 없는 일’, 3집 ‘좋은 사람’ 등을 통해 탁월한 가창력을 인정받았지만 소속사와의 갈등이 여러 번 거듭됐다. 4집 때는 스스로 회사를 차렸다가 실패를 겪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때가 그저 행복해서” 시작한 가수 생활이지만 행복한 시간은 드물었다.

“다른 누구 탓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수 박효신’ 아닌 ‘사람 박효신’을 만들기 위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풋내기였을 때 (신)승훈 형이 ‘노래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얘기해줬었는데…. 둔한 탓에 이제야 겪어 알고 후배들한테 똑같이 얘기하고 다녀요.”(웃음)

트레이드마크였던 ‘소몰이’ 창법은 이제 흔적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한결 담백해진 음색은 ‘워우우워워’ 하는 과장 없이도 깊은 절절함을 전한다.

“의식해서 노래 스타일을 바꾼 게 아니에요. 저는 ‘이런 음악을 하겠다’ 하고 어떤 방향성 같은 걸 정해놓고 작업한 적 없어요. 그냥 그때그때 마음에 끌리는 스타일을 역량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제 것으로 만드는 거죠.”

타이틀곡 ‘사랑한 후에’와 후속곡으로 생각하는 ‘널바라기’의 절제된 보컬은 “흐느껴 울지 않아도 슬픔을 전할 길은 많다”는 그의 말에 고개 끄덕이게 한다.

“얼떨결에 얻게 된 ‘대중 가수’라는 꼬리표가 늘 부담이에요. 팬들은 ‘마음 내키는 대로 부르라’고 얘기해 주지만 무대 위에 서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좋아했던 요소들을 외면하기 어려워지죠. 하지만 이번 ‘파트 1’과 올해 말 선보일 ‘파트 2’에서는 조금 용감해져 볼 겁니다. ‘할 수 있는 노래’와 ‘진짜 하고 싶은 노래’를 함께 들려드릴 거예요.”

박효신은 “부르는 이와 듣는 이가 공감하는 여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도 인기인을 뒤따라 다니는 ‘인터넷 구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1일 ‘서울드라마어워즈 2009’ 축하 공연에서 소녀시대 태연과 함께 부른 듀엣곡이 ‘불협화음’을 낳는 바람에 “평소 가창력을 자랑하던 태연이 노래를 망쳤다”는 비판이 나와 함께 무대에 선 박효신도 난감해졌다.

“반응에 대해 일일이 고민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 태연 씨는 놀라울 정도로 노래를 잘하는 후배입니다. 10월(17, 18일) 제 콘서트 때 다시 같이 불러보라고요? 태연 씨가 허락해 주면 그래보고 싶네요.”(웃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동아일보 손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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