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장석주 씨 현대문학가 111명 소개와 평가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코멘트
“봉두난발한 이상, 곡마단원 오해받아 기형도의 비관주의적 몽상은 끔찍”
장석주 씨 현대문학가 111명 소개와 평가

◇나는 문학이다/장석주 지음/1056쪽·4만8000원·나무이야기

시인이자 문학비평가인 저자가 한국 현대문학사를 10년 단위로 나눠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기별 대표 문인을 정리했다. 1900년대의 이광수 김동인 김소월부터 1990년대의 김영하 신경숙 배수아에 이르기까지 111명을 시기별로 나눠 작가의 생애, 작품에 대한 짤막한 백과사전 식 소개, 작품세계의 의의와 평가를 함께 수록했다.

최초의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시사 최고의 아방가르드 시인이란 평가를 받는 ‘이상’ 편에서는 봉두난발에 짙은 갈색 나비넥타이를 맨 창백한 시인이 중산모를 쓴 척추장애인인 화가 구본웅과 종로 일대를 걸어갈 때 지나던 사람들이 “곡마단패가 들어왔나 본데” “활동사진 변사 일행이야” 하고 수군거렸다는 일화를 전한다. 그의 시 ‘오감도’가 실린 조선중앙일보에 빗발쳤던 항의 등 흥미로운 일화를 중심으로 그의 생애와 시 세계를 소개한다.

비평의 색채가 짙은 소개도 있다. 기형도 시인에 대해서는 “죽음과 상실의 이미지들에 지나치게 탐닉했던 그의 도저(到底)한 비관주의로 물든 영혼이 빚어낸 몽상의 세계 앞에서 아직도 우리는 그 끔찍함에 진저리를 떤다”고 설명한다. 현재 활동 중인 작가들의 소개는 일대기나 일화보다는 발표됐던 주요 작품들에 대한 평단의 반응 정리와 비평이 주를 이룬다. 저자는 무의식에 내장된 꿈과 추억, 비의적 세계에 대한 탐구를 주로 보여주는 윤대녕에 대해서는 ‘징후적 작가’라고 이름 붙이고, 김영하에 대해서는 도시적 일상을 소설 영토 안으로 끌고 들어온 영상시대의 이야기꾼이라고 평가한다. 한국 근현대문학사의 이슈들과 흐름을 일별해 보기에도 좋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