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통과 현대의 유쾌한 실험 한마당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창작 뮤지컬 3편을 묶은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중 첫 번째 ‘과자이야기’. 사진 제공 빵과물고기
창작 뮤지컬 3편을 묶은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중 첫 번째 ‘과자이야기’. 사진 제공 빵과물고기
국악뮤지컬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16일까지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는 국악뮤지컬인 동시에 포스트모던 뮤지컬이다. 국악뮤지컬이란 점은 전통적 판소리 창법과 현대적 일상을 구수한 재담으로 접목시키려는 노력에서 확인된다. 포스트모던 뮤지컬이란 점은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내용의 잡종성(hybrid)이 그렇다. 서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독립적인 판소리 창작 뮤지컬 3편을 옴니버스로 묶었다.

첫 번째 ‘과자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해 바다과자를 대표하는 ‘꽃게랑’과 육지과자를 대표하는 ‘오감자’의 비극적 사랑이 바다과자와 육지과자를 합친 ‘오징어 땅콩’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두 번째 ‘스물셋 송희’는 간이라도 빼줄 듯 뜨거운 사랑을 나누다 너무도 차갑게 이별을 고하는 요즘의 인스턴트 사랑을 풍자한다. 세 번째 ‘조선 나이키’는 나이키 운동화를 갖는 것이 청소년들의 로망이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꿈과 애환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이런 내용에서 확인하듯 패러디와 혼성모방을 통한 비틀기로 풍자와 반어를 즐기고, 과자와 나이키로 상징되는 일상의 소비문화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지극히 포스트모던하다. 내용과 무관하게 판소리란 전통적 이미지와 애플그린이란 현대적 이미지의 충돌을 노려 제목을 뽑은 것 역시 지극히 포스트모던한 발상이다.

이는 국악뮤지컬 창작집단 ‘타루’의 자의식의 반영이다. ‘젊은 국악’과 ‘국악뮤지컬’이란 이질적인 조합을 풍자와 해학으로 이뤄내겠다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서사의 파편화’와 ‘삶의 유희화’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2만5000∼3만 원. 1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02-6381-450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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