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씨]Q: 공연 직전 배우들 어떤 음식 먹나요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공연 직전 배우들은 어떤 음식을 먹는가요.(임선희·24·서울 강서구 등촌동)

A: 바나나-배즙 선호… 술-우유는 금기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식사 시간은 보통 공연 3시간 전입니다. 너무 일찍 식사를 하면 무대에 섰을 때 힘이 없고, 공연 직전에 밥을 먹으면 무대에서 숨이 차기 때문이죠. 공연이 시작되면 물 이외에는 거의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맡은 윤형렬 씨는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무대에 서면 물을 어쩔 수 없이 자주, 많이 마셔야 한다”며 “물배가 차서 식욕이 덜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배는 고픈데 음식을 먹긴 부담스럽다면 배우들은 어떻게 할까요. 배우들이 가장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나나입니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도 공연 전 항상 바나나를 준비합니다. 바나나만큼 허기를 달래주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효과적인 음식은 없다는군요. 발레리나들은 “바나나를 먹으면 무대 위에서 미끄러진다”는 속설 때문에 예전에는 기피했지만 요즘은 공복을 달래고 근력을 키워주기에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테너 박승희 씨의 경우 공연 당일 크림이나 올리브오일 소스로 만든 스파게티를 꼭 먹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배가 쉽게 꺼지지 않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 배우들은 음식을 고를 때도 목에 좋은 음식을 찾습니다. 죽염, 살구씨 기름, 모과차, 배즙, 히비스커스차, 도라지청 등은 기본입니다. ‘돈 주앙’의 김다현 씨는 도라지나 오미자나 배즙 등을 챙겨 먹는다고 합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고음을 자주 구사하는 박동하 씨는 성대를 팽팽하게 해주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고, 매기 존스 역의 김영주 씨는 땀으로 흘린 수분을 채우고 목을 축축하게 하려고 파프리카를 틈틈이 썰어 먹습니다. 소프라노 박미혜 교수(서울대)는 과일 가운데서도 즙이 많은 사과, 오렌지, 복숭아, 망고를 즐겨 먹는데요, 가끔 따뜻한 과일 차에 꿀을 넣어서 마시기도 한대요.

반면 냄새나는 음식, 술과 우유는 기피 음식입니다. 우유를 마시면 노래를 하다 가래가 끓을 수 있기 때문이죠. 테너 임웅균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한국 음식을 피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식에 많이 쓰이는 마늘, 파, 고춧가루 같은 식품이 성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치즈 한 조각이나 샌드위치 절반 정도를 먹습니다.

‘돈 주앙’에 출연하는 강태을 씨는 “몸이 건강하면 성대도 건강하다”는 생각에 체력을 키워주는 음식을 챙겨먹는다고 합니다. 8시간 이상 꼬박꼬박 자는 것은 물론이고 추어탕 삼계탕 전복죽 같은 보양식만 찾는다는군요. 기름진 음식도 마다하지 않는 강 씨는 다이어트도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배우들은 ‘스태미나 음식’에도 신경을 씁니다. 팬들이 배우에게 주는 선물 중에는 홍삼진액과 마늘즙, 자양강장제 등이 어김없이 포함돼 있죠. 서울오페라단 김봉임 단장은 체력을 다지기 위해 공연 전 부드럽게 조리한 쇠고기나 생선을 반드시 먹습니다. 또 발레리나 강예나 씨(유니버설발레단)는 짧은 시간에 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호두와 아몬드 등 건과류와 홍삼진액을 상비하고 다닌대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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