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수신료 일부, 공영프로 제작비로 내놓아야”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 英 ‘디지털 브리튼’ 백서 발표

“BBC는 울고 BT(British Telecom·영국통신)는 웃고….”

영국의 스티븐 카터 통신방송장관은 17일 ‘디지털 브리튼’ 백서를 발표했다. 영국의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디지털 환경에 맞는 방송 통신 환경을 만들고자 한 이 백서는 앞으로 영국 방송통신 정책의 기초로 활용된다. 이 백서에는 영국 초고속인터넷 보급 비율을 2017년까지 90%로 늘리고 디지털 환경에 맞게 방송 구조를 바꾸는 등의 방안과 콘텐츠 개발 지원 및 불법 복제 방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울상 짓는 BBC=BBC는 수신료를 비롯해 자회사인 BBC월드와이드의 수익을 상당히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서는 1년 수신료 36억 파운드 중 1억3000만 파운드와 BBC월드와이드의 연간 수익 1억1800만 파운드 중 일부를 민영방송인 ITV의 지역뉴스와 어린이 프로그램 등 공영적 프로그램 제작에 쓰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백서는 BBC와 BBC월드와이드를 재정상 운영상으로 더 분리해야 한다며 그 방안에는 BBC가 BBC월드와이드의 지분을 파는 것도 포함한다는 점을 밝혔다. 백서는 “이 같은 분리는 BBC월드와이드가 (BBC의 굴레에서 벗어나) 상업적인 활동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발돋움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업적 공영방송 채널4와 BBC월드와이드의 합병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두 회사가 조인트 벤처 기업을 만들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창근 광운대 교수는 “영국이 디지털 시대와 경제위기 속에서 현재와 같은 방송 체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개선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방송 체제를 고쳐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소 짓는 BT=이번 백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정부가 구리 전화선을 쓰는 기업과 가정에 초고속인터넷망 전환비를 마련하기 위해 연 6파운드(약 1만1000원)의 세금을 추가로 물린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조성하는 연간 1억7500만 파운드는 앞으로 8년간 초고속인터넷 구축을 위해 쓸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영국 전역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쓰고 인터넷 고화질TV를 시청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이 재원으로 혜택을 크게 볼 곳은 영국 최대의 유선 인터넷 사업자인 BT. UBS 애널리스트들은 BT가 영국 가정 90%에 초고속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해 30억 파운드를 추가 지출해야 하지만 이번 조치로 11억∼14억 파운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백서가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영국 통신청(오프콤)의 주요 의무 중 하나로 초고속인터넷망에 대한 투자 촉진을 거론한 것도 BT는 크게 반기고 있다. 그동안 BT의 인터넷 요금 인상 요구를 번번이 거절해온 오프콤의 방침이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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