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 입력 2009년 5월 11일 14시 46분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를 간질인다.

기분 좋은 설렘이 온 몸을 휘감는다. 마치 갓 사랑에 빠진 연인이 서로의 체취를 느낄 때 빨라지는 심박수처럼 전율케 한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20일까지 열리는 ‘2009 안면도국제꽃박람회’로 가면 꽃향기에 취하고, 추억에 또 한번 취하기 위해 찾아오는 인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와 관광버스 행렬은 홍성 IC부터 행사장인 꽃지와 수목원 일원까지 길게 이어진다. 매표소의 상황도 마찬가지.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면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피해 전망대로 먼저 올라갔다. 꽃과 바다, 그리고 그 안을 채운 사람들이 조화롭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행사장의 라인을 만들어주는 바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7년 12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만신창이 된 바다가 1년 5개월여 만에 깨끗한 자연으로 공개돼서다. 피해 지역이 100% 원상복구 된 게 아니고, 아직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회복된 지역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살아 있음을 짐작케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전망대 계단을 올라 온 한 엄마는 “참 경치가 좋다. 아이가 좋아 한다”며 기뻐한다.

아름다운 꽃의 물결 속에서도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꽃으로 만든 ‘숭례문 토피어리’. 실물의 1/2 사이즈에 팬지, 루피너스 등 5가지 꽃, 6만여 송이로 재탄생한 숭례문 토피어리는 어서 빨리 국보 1호가 아름다운 예전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라는 염원을 담고 있는 듯 했다.

행사장 가운데 자리한 숭례문 토피어리 앞에서는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이들의 모습은 바로 국민의 마음을 설명한다.

79만3000㎡ 규모의 행사장에는 7개의 실내 전시관, 15개의 야외 테마공원이 자리하고, 약 1억 송이의 꽃이 멋진 풍광을 만든다.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중고교 시절 시험을 보듯이 모든 것을 다 볼 필요는 없다.

실내 전시관 보다는 야외 테마 공원을 위주로 둘러보는 게 좋다.

바닷길 정원, 조롱박 터널, 동화 이야기 속으로 등이 볼 만하다.

바닷길 정원은 충청남도 16개 시·도를 상징하는 꽃배 16척을 연못에 띄웠고, 조롱박 터널은 13종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가진 조롱박을 70m 길이로 조성한 터널을 걸으며 관람할 수 있다.

‘선녀와 나무꾼’ 등 동화 속 이야기를 조형물로 연출한 꽃밭 ‘동화 이야기 속으로’도 발길이 많이 모이는 곳.

바닷길 정원 위쪽으로는 유채꽃이 절경을 이룬다. 연인, 가족들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샛노란색 유채 물결에 ‘풍덩’ 빠진다.

동선을 실내로 옮겨 주제관인 ‘플라워 심포니관’으로 들어오면 120만 자원봉사자의 손을 형상화한 지름 3m, 높이 4.5m 크기의 ‘기적의 손’을 비롯 100만 송이 꽃터널, 불에 타야 꽃을 피우는 나무 ‘그래스 트리’, 춤추는 식물 ‘무초’ 등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실내 전시관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줄이 엄청 길고, 들어가도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인파가 워낙 많아 컨베이어 벨트처럼 훑어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의할 것.

안면도국제꽃박람회조직위원회 홍보팀 이정철 차장은 “할아버지, 할머니 등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 손님들이 오전 10시부터 들어와 많이 붐빈다. 오후 4시 이후 보면 괜찮다”고 말한다.

안면도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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