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子는 현실문제 해법 제시한 철학자”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8분


‘지훈상’ 국학부문 수상 이상익 교수

조지훈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제9회 지훈상 국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이상익 영산대 교수(45·유가철학·사진). 저서 ‘주자학의 길’로 상을 받는 그는 현대사회에서 주자학의 의미를 찾아왔다.

그는 주자에 대해 “송나라 때 인륜은 외면하고 부국강병에만 집착한 법가, 현실을 외면하고 상대주의에 빠진 노장 사상, 선악의 분별마저 망집(妄執)으로 규정한 불교의 문제를 극복할 원리를 찾았던 인물”이라고 했다. 현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처방을 제시하는 철학자의 임무에 충실했다는 게 주자를 연구하는 이유이다.

그가 말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은 준법의 결핍이다. 법규는 넘쳐나지만 실제로 법을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은 현실은 덕치(德治)의 부족을 실감하게 한다고 했다. “유학의 선후본말론(先後本末論)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은 우리 각자가 먼저 자신의 인격을 닦는 것이니까요.” 이 교수는 인간을 고립시키는 개인주의의 문제도 거론했다. 인식론적으로 유아론(唯我論)에 빠지게 하고 나와 타인을 적대적 관계로 설정하며 결국엔 자신마저 불행하게 만드는 게 오늘날 개인주의라는 것.

같은 분야의 학자끼리 좀체 비판하지 않는 한국적 학문풍토에서 그는 예외적인 인물이다. 2000년 그와 정원재 서울대 교수가 율곡학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한 논쟁은 다른 철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성리학 연구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훈상 시상식은 1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고려대 문과대학(서관) 132호에서 열린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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