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와 함께 하는 에코 트레킹]<2>내포 가야산 석문봉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좀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걷기 여행에 관한 한 원효 대사를 따를 이 또 있을까 싶다. 반도의 허다한 절에 스님의 자취가 서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대는 7세기. 그러니 그 많은 절을 세울라 치면 그리도 바삐 발품 팔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그런 면에서라면 우리 화엄종의 개조 의상 스님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 두 스님이 뜻한 바 있어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다. 물론 걸어서였으리라. 방향은 서해. 바다 건너 당나라로 데려다 줄 배를 타기 위해서다. 그 목적지는 당진 아니면 당항진일 가능성이 높다. 당항진이라면 훗날 흥선 대원군을 납치한 청나라 배가 뜨고 또 그를 태운 귀국선이 닿았던 남양만(경기 화성시)이다.

그리로 가던 어느 날. 두 스님은 한 동굴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그 다음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해골바가지에 담긴 벌레 썩은 물을 감로수처럼 맛있게 들이킨 원효 스님의 일화다. 이튿날 그 사실을 알게 된 스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일체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는 화엄경 구절)임을 대오각성하고는 당나라 유학결심을 파기한다. 그리고 그 길로 신라로 되돌아가 민중불교의 초석을 일으키는 데 헌신한다.

이 극적인 사건. 그 토굴이 어딘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당항진 부근 어디쯤이려니 하는 추측만 구전될 뿐이다. 그런데 최근 충남 예산과 서산의 가야산 자락에 이 토굴이 있다는 설이 제기됐다. 궁금했다. 어째서 가야산인지. 그래서 그 주장을 편 가야산연대(공식 명칭 가야산 지기키 시민연대·회장 이지훈)의 홈페이지(www.keepgaya.org)부터 뒤졌다. 》

해골물 마시고 깨달은 원효의 ‘일체유심조’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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