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기증, 국민에겐 기쁨입니다”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중앙박물관 명예의 전당 기증-기부자 323명 명패 제막식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2층 기증관 영상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유창종 국립중앙박물관회 회장, 다수의 토기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최영도 변호사, 박물관에 후원금을 기부한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매듭을 잡아 당겼다.

1946년 이후 박물관에 문화재를 기증한 249명, 후원금을 기부한 64명, 도서를 기증한 10명의 이름을 아로새긴 동제(銅製) 명패를 한데 모은 명예의 전당 대형 현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물관에 목가구들을 기증한 김종학 화백, 전통매듭 유물들을 기증한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기능보유자 김희진 씨, 고서 불화 같은 유물을 기증한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 등 참석자 100여 명의 얼굴이 밝아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박물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기증자 명패를 한곳에 모은 명예의 전당 제막식, ‘기증·기부자의 밤’ 행사를 잇달아 열었다.

이날 청자분합(분을 담는 둥글넓적한 뚜껑 있는 청자 그릇) 등 40여 년간 수집한 고려·조선시대 화장 관련 유물 200여 점을 기증한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은 “소장품을 큰집(국립중앙박물관)으로 시집보내야 잘살지 않겠느냐”며 “기증을 위해 유물들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애틋한 마음이 들었지만 유물은 개인이 가지고 있더라도 공유의 대상이다. 박물관이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벌이는 기증 운동에 누군가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기증했다”고 말했다.

2000∼2008년 6차례에 걸쳐 토기 1631점, 청동수저 51점을 기증한 최영도 변호사는 “외국에 다녀보면 박물관 미술관의 유물 기증품 비율이 상당히 높다. 유물은 개인이 즐길 게 아니고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하는 것”이라며 “최근 기증 문화가 확대돼 기쁘다”고 말했다.

최광식 관장은 “소중한 문화재를 조건 없이 기증하는 것은 박물관을 진정 사랑하지 않고서는 힘들다”며 “박물관의 든든한 가족인 기증자들의 유물기증 관련 세금 감면 혜택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윤장섭 호림박물관 이사장이 후원금 1억 원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SK에너지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회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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