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춤-노래 넘치는 ‘록 콘서트’… 노래-이야기 엇박자 흠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뮤지컬의 정통 문법을 파괴하고 록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뮤지컬 ‘주유소습격사건’. 사진 제공 트라이앵글
뮤지컬의 정통 문법을 파괴하고 록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뮤지컬 ‘주유소습격사건’. 사진 제공 트라이앵글
리뷰 / 뮤지컬 ‘주유소습격사건’

‘주유소습격사건’(연출 김달중, 음악 손무현)은 ‘뮤지컬 같지 않은 뮤지컬’이다. 같은 이름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이 작품은 춤과 노래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 노래들은 극의 흐름에 밀착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주유소를 습격하는 노마크(최재웅), 딴따라(이율), 무대포(문종원), 뻬인트(이신성)의 주제가는 이야기 진행보다 극중 캐릭터를 치장하는 ‘이미지송’의 성격이 짙다. 그나마 딴따라의 주제가에는 그가 사랑에 실패한 뒤 노래 없이는 못살게 됐다는 암시를 담았지만 극의 흐름과 동떨어지게 낭만적이라 생뚱맞게 느껴진다.

영화 OST로 쓰여 귀에 익숙한 4곡의 노래가 뮤지컬에도 나온다. 이중 ‘힘들고 외로울 땐 너의 그늘이 되어줄게’로 시작하는 ‘작은 사랑’과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올거야/미칠 듯한 사랑 하게 될 거야’로 시작하는 ‘사랑이란 것’은 분위기를 띄우는 유행가로만 등장한다. OST 중 ‘오늘도 참는다’는 주유소 사장(한성식)의 주제가로 코믹하게 불리지만 이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이야기와 노래가 따로 노는 것은 뮤지컬로선 약점이다. 게다가 4명의 주인공이 공연 내내 주유소로 설정된 무대 위를 어슬렁거리는 점도 산만하게 보인다. 무대포가 주유소 2층에서 ‘1 대 18로 싸울 때 난 한 놈만 패’라는 대사를 읊고 있는 동안 다른 3명은 1층에서 계속 딴짓을 한다. 객석을 휘젓고 다니며 사진도 찍고 곁에 앉기도 하고 심지어 속삭이기까지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객석의 반응은 뜨겁다는 것이다. 그것은 괴짜 4명이 주유소를 습격하는 과정에서 일상의 권력관계를 뒤집는 극의 내용과 정통 뮤지컬 문법을 파괴하는 형식이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뮤지컬은 ‘이야기가 있는 록 콘서트’에 더 가깝다. 주인공 4명은 4인조 록 밴드로, 다른 조역들은 합창단과 백 댄서, 찬조 가수들이 된다.

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침투하는 객석 맨 앞 4줄(50여 석)의 ‘해프닝 존’에 앉은 관객은 이런 놀이에 금방 몰입한다. 하지만 뒷좌석에 앉은 관객들은 이런 유희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6월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 5만∼6만 원. 1544-1555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