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털목도리를 한 여인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말 못할 슬픔 머금은 여인의 눈빛

(1897∼98년 유화 36×19.7cm)

구분이 안 간다. 어디까지가 머리와 옷이고 어디부터가 배경인지. 얼굴과 털목도리를 제외하면, 전체 화면에 낮은 채도의 선홍색이 녹아들어 있다.

‘털목도리를 한 여인’은 어색하게 보이는 눈썹과 다소 가파른 턱선 등 사실적인 얼굴에, 나머지는 평면적으로 표현돼 2차원적 이미지를 풍긴다. 이 그림을 제작한 1890년대 말 클림트는 작은 크기의 여성 초상화를 여럿 그렸다. 다양한 구도를 실험한 과도기를 거쳐 인상주의적 경향을 드러낸 후기 초상화가 탄생한다.

당시 초상에서 세기말 패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모자와 목도리 등 장신구를 활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림 속 소품은 여성의 개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는 검정 모피 목도리가 화면을 지배하며 왠지 암울한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눈빛의 묘사. 말 못할 슬픔이라도 떠안은 것일까. 여인의 눈빛은 황망하고 막막하다. 아주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듯 우리를 가만히 응시하는 여인의 쓸쓸한 표정이 울림을 남긴다. 조용한 찻집에 함께 앉아 그의 사연에 귀 기울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남이 노래할 땐/잠자코 들어주는 거라,/끝날 때까지,/소쩍…쩍/쩍…소ㅎ쩍…/ㅎ쩍/…훌쩍…/누군가 울 땐/가만있는 거라/그칠 때까지.’(윤제림의 ‘소쩍새’)

살면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세상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는 그때, 누군가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는 시작된다.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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