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물 (1898년·유화·53×66.4cm)
벌거벗은 여인들이 물 흐르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물살과 몸이 한데 어우러져 유기적 패턴처럼 보인다. 클림트가 무중력 상태에 떠있거나 흘러가는 누드를 집중적으로 그린 것은 1898∼1900년. 역사주의 전통에서 벗어나 구도와 주제에 대한 변화를 모색했던 때였다.
‘움직이는 물’에서 흐릿한 형체와 율동감 넘치는 곡선으로 표현된 여인들. 감미로운 노래로 선원을 유혹해 파멸로 몰아가는 신화 속 세이렌을 연상시킨다. 이는 빈 대학의 천장화 ‘철학’ ‘의학’과 관계있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인간이 처한 상황을 조명하는 것이 예술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화가의 믿음대로 그림엔 생명과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가 담겨 있다. 어둠과 밝음이 배합된 공간, 그 안에 절묘하게 녹아 있는 절망과 낙관은 힘겨운 삶과 공존하는 희망을 가리킨다.
누구도 죽음을 이겨본 적이 없다. 그러나 불가피한 죽음이 온 세상에 환한 불을 켜주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 땅에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운, 우리의 딱딱해진 심장에 따스한 숨을 불어넣은 ‘어떤 작별’을 떠올려보면….
‘쓸쓸한 그대가 지상에서 웃으면/저 깊은 우주 속 하느님도 따라 웃는다’(정성수의 ‘쓸쓸한 그대가 웃으면’)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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