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요, 줄리엣”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누워있는 소녀의 얼굴

(1887년경·드로잉·27.3x42.2cm)

‘우리에게 영원히 이상적인 기본 유형으로 남을 어떤 목소리, 향기, 피부색, 존재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내 안에 들어와 울리던 느낌을 처음으로, 그리고 근원적으로 발견한 경험.’

오스트리아 출신 철학자 앙드레 고르는 사랑의 열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첫 만남 이후 60년 동안 한 여인을 사랑한 고르. 2007년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아내와 동반자살해 세계를 울린다.

‘누워있는 소녀의 얼굴’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또 다른 사랑의 비극적 결말을 담은 드로잉. 빈 부르크극장 천장화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습작으로 이번 전시에 나온 ‘누워있는 남자의 얼굴’과 짝을 이룬다. 섬세한 윤곽과 자신감 넘치는 선에서 빼어난 기량이 엿보인다.

19세기 말 빈은 유럽문화의 중심지였다. 시내 순환도로를 따라 공공 건축물이 줄지어 들어섰다. 그 내부의 장식화를 그려주는 공공미술 벽화가였던 청년 클림트. 그가 빈에서 맡은 첫 작업이 부르크극장의 장식화였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전시를 찾은 연인들은 클림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날 때 고르의 말을 새겨볼 만하다. “‘당신’을 내게 줌으로써 ‘나’를 내게 준 사람에게.”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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