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국내 초연 뮤지컬 ‘자나, 돈트!’ 역발상 눈길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이성애의 ‘커밍아웃’?

“난 아주 보수적이거든! 남자는 남자를, 여자는 여자를 사랑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그뿐이야.”(스티브의 대사)

여기는 이런 곳이다. 동성애가 금기를 뛰어넘은 사랑이 아닌, 동성애 자체가 정상이어야만 하는 곳. 2월 7일부터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자나, 돈트!’는 “동성 간 사랑이 일반적인 세상”을 배경으로 한 발칙한 역발상이 눈길을 끄는 뮤지컬이다.

이곳은 미국의 하츠빌고등학교. 자나는 신비한 마법의 힘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이어주는 중매쟁이다. 체스 챔피언 마이크와 전학 온 미식축구부 주장 스티브의 사랑이 성사된 것도 다 자나 덕분.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은 동성애자만 허용되는 군대에 이성을 사랑하는 사람들, 즉 ‘돌연변이’도 갈 수 있다는 내용의 파격적인 뮤지컬을 기획한다. 하지만 극중에서 이성애자를 연기했던 케이트와 스티브가 실제로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되며 학교는 술렁인다.

‘자나, 돈트!’는 2003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해외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공연된다. 연출을 맡은 인도계 미국인 드버낸드 쟁키는 2003년 당시 뮤지컬 ‘자나, 돈트!’의 첫 연출을 맡았던 인물. 이번 한국 초연에서도 연출과 안무를 담당했다.

아직까지 성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이 뮤지컬을 올린 것에 대해 그는 “꽤 논쟁적인 뮤지컬이었던 ‘렌트’ ‘헤드윅’ ‘록키호러쇼’도 한국 뮤지컬시장에서 성공했는데 이 작품이라고 안 될 게 뭐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소재와 색깔의 뮤지컬이 제작, 공연되고 인기를 얻는 한국 뮤지컬시장에서 이 ‘컬트 뮤지컬’을 올리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해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교 뮤지컬’에,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뮤지컬 ‘그리스’에 비교되기도 한다. 2003년 뉴욕 존하우스먼극장에서 공연된 뒤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을 “캔디 맛이 나는 멜로디, 들으면 들을수록 강한 맛이 난다”고 표현했다. 특히 마이크와 스티브가 사랑에 빠진 것 같다며 부르는 ‘아이 싱크 위 갓 러브’는 한번 들으면 귀에 오래 맴도는 곡이다.

관객들은 세 번씩이나 등장하는 남남 여여 커플의 키스 장면에 눈이 번쩍 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샌가 이성 커플인 케이트와 스티브가 나누는 키스가 낯설어질 것이다. 다시 이성애가 정상인 세상으로 바뀌는 막판 반전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주는 장치인 듯.

자나 역은 연극 ‘이’의 공길 역, 뮤지컬 ‘렌트’의 동성애자 엔젤 역으로 유독 ‘여장 남자’와 인연이 깊은 김호영 씨가 이진규 씨와 번갈아 맡을 예정이다. 부제는 ‘어 뮤지컬 페어리 테일’. 2월 7일부터 3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4만∼6만 원. 1544-1555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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