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가난하고 베푸는 곳 교파초월한 복구활동 행복”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태안=김경제 기자
태안=김경제 기자
태안 복구 베이스캠프 의향교회 이광희 목사

2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구름포해수욕장. 경치가 좋아 구름도 쉬어간다는 이름에 어울리게 고운 모래가 있는 해변을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2007년 12월 이곳에 몰아쳤던 검은 기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방제 작업을 위해 오염된 모래바닥을 굴착기로 수없이 뒤집는 바람에 해변의 키는 15cm 정도 낮아졌다.

이 지역 복구 활동의 캠프가 됐던 의항교회 이광희(54·예수교장로회 합동·사진) 목사를 만났다.

“복구 작업이 진행되던 때 링거를 맞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가 가장 많이 베풀고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시기였습니다.”

그는 28년 목회 생활 대부분을 농촌 지역에서 활동해왔다. 의항교회 담임목사직은 12년째 맡고 있고, 태안에서만 16년을 지냈다.

“경기 광주시가 고향인데 농촌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농촌 목회자가 되겠다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이젠 태안 사람 다 됐죠. 코흘리개가 성장해 결혼하는 것도 봤고, 장례식만 20여 건을 치렀습니다.”

교회가 있는 의항 2리는 120여 가구에 주민은 360여 명이다.

그는 “믿음과 상관없이 수저가 몇 벌이나 있는지 알 만큼 가깝게 지낸다”며 “농촌 목회에서는 함께 생활하면서 고민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름 유출사고 이후 복구 작업에 기독교계가 적극 나선 것은 교회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봉사단(대표회장 김삼환 목사)에 따르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8000여 교회와 기독교 단체가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오염된 돌과 모래를 씻느라 시커멓게 된 손발이야말로 교회의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부유하고 큰 곳이 아니라 가난하고 베푸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실제 교회의 세속화에 실망해 신앙을 버렸던 70대 부부가 “기름 유출사고 이후 교회가 돈만 밝히는 곳이 아닌 줄 알게 됐다”며 50여 년 만에 기도회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개인적으로도 기름 유출사건 이후 큰 반성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입으로 자연과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마음의 벼랑 끝에서 느낀 것과는 정말 다르더군요. 온통 시커먼 바다를 보니 정말 모래 한 줌, 돌 하나가 소중하더군요. 하나님이 허락하는 한 농촌을 떠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태안=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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