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 구리 “올해 반상 최고수는 나”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 2009년 세계바둑 판도는

2009년 세계 바둑계의 판도는 어떻게 흘러갈까.

세계 바둑계의 기상도를 그려보면 한국 이세돌 9단, 중국 구리 9단이라는 거대한 고기압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이들의 세력 판도는 새해 들어 계속 이어지는 도요타덴소배, LG배 세계기왕전, 삼성화재배 등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리 9단은 6일 시작된 도요타덴소배 결승에서 박문요 5단에게 1승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이달 말 시작될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의 쿵제 7단과 우승을 다툰다.

만약 이들이 두 기전에서 각각 타이틀을 획득한다면 최후의 결전장은 2월부터 이세돌-구리 9단의 5번기로 치러지는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전이 된다. 여기서 이긴 사람이 올해 세계 바둑계 1인자로 확실히 올라서게 된다. 두 기사 간 역대 전적은 구리 9단이 3승 무패로 앞서고 있다.

두 기사 모두 국내에선 무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지난해 12월까지 15개월 연속 국내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끝난 명인전 결승전에서 강동윤 9단을 3승 1패로 따돌리고 우승해 상금 1억 원을 챙겼다. 또 목진석 9단과의 국수전 도전기에선 2승 1패로 앞서고 있고 천원전 결승전에선 강동윤 9단과 1승 1패로 동률을 기록하는 등 타이틀 추가를 기대하고 있다.

구리 9단도 지난해 11월 중국 명인전에서 박문요 5단에게 2연패 후 3연승의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하는 등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초대형 A급 태풍으로 10여 년간 세계 바둑계를 뒤덮었던 이창호 9단은 2007년 이후 서서히 세력이 약화되더니 B급 태풍으로 떨어졌다. 올 3월 응씨배 결승전이 ‘이창호 태풍’의 진로를 가늠하는 관건. 결승 상대인 최철한 9단도 녹록하지 않다. 2004년 이후 부진했던 최 9단은 지난해 승률 1위(76%)를 기록하며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한국 바둑계에선 지난해 부진했던 박영훈 9단이 올해 부활할지, 농심배에서 5연승으로 활약한 강동윤 9단이 계속 선전할 것인지 주목된다. 중국에선 퉈자시 3단, 박문요 저우루이양 5단 등 신예 기사의 활약이 올해도 이어질지 관심거리다.

일본 바둑계는 장쉬 9단이 국내 기전 6관왕으로 지존의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국제 기전에선 성적을 못 내고 있다. 지난해 명인전 결승전에서 장 9단에게 3승 4패로 아쉽게 졌던 이야마 유타(20) 8단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2008년 말 말 말▼

바둑의 별칭은 수담(手談)이지만 2008년 바둑계에는 흥미로운 말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 현실에서 실현된 ‘말말말’을 골랐다.

“옷을 6일 치 싸 갖고 왔다.”(강동윤 8단)

11월 24일부터 6일간 열린 농심신라면배 2라운드. 매일 한 판씩 두는데 강 8단이 한국팀 2라운드 첫 주자로 나섰다. 연승제 방식이라 패하면 짐을 싸야 한다. 전야제에서 한 강 8단의 말은 5연승 이상 거두겠다는 뜻. 그는 중국 퉈자시 3단, 박문요 5단, 추쥔 8단, 일본의 야마다 기미오, 하네 나오키 9단을 물리치며 5연승을 거뒀다. 마지막 대국에서 일본 다카오 신지 9단에게 패했지만 6일 치 옷을 모두 갈아입었다.

“올해는 이세돌 9단을 겁나게 해주겠다.”(이창호 9단)

평소 “열심히 두겠다” “노력하겠다” 등 모범적 멘트만 날리던 이창호 9단이 2008년 1월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도발적 발언을 했다. 농담조였지만 세계 1인자 이세돌 9단에 대한 선전포고로 들려 화제를 모았다. 이창호 9단은 올해 응씨배 준결승 3번기에서 이세돌 9단에게 2연승을 하는 등 4승 1패를 거둬 이세돌 9단에게 ‘살짝’ 겁을 줬다.

“바둑리그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하겠다.”(최규병 9단)

2007년 시즌 한국바둑리그에서 우승한 영남일보 감독인 최규병 9단은 2008년 시즌 개막 때 2연패를 공언했다. 그러나 스타플레이어 없이 강유택 3단 등 신예기사로 채워진 팀 구성을 볼 때 공허한 말처럼 들렸다. 초반 1승 4패로 최하위로 떨어지는 등 2연속 우승은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괴력의 8연승을 거두며 부활해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쳤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신성건설을 무너뜨리며 2연패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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