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85>道之以德하고 齊之以禮하면 有恥且格이니라.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논어’ 爲政(위정)편에는 정치의 원칙과 방법에 관한 내용이 많다. 이 글에서는 政令(정령)과 刑罰(형벌)이 아니라 德(덕)과 禮(예)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道(도)는 인도할 導(도)와 같다. 道가 더 옛날 글자라면 導는 조금 새로운 글자인데, 같은 맥락에서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之는 글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다스림의 대상인 백성을 말한다. 以(이)는 수단이나 방법의 뜻을 나타낸다. 德(덕)은 得(득)이란 글자와 관련이 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자기 자신에게 體得(체득)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정치가의 윤리적 덕목을 가리킨다. 공자는 爲政편의 처음에서도 ‘정치를 하는 데 있어 덕으로 한다’라는 뜻의 ‘爲政以德(위정이덕)’을 강조하였다.

齊(제)는 가지런히 한다는 뜻으로, 조화시켜 정돈하며 통제하는 일을 뜻한다. 禮는 각 사물이 마땅히 그러하여야 할 道理(도리)나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요구되는 秩序(질서)를 뜻한다. 恥(치)는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게 여기는 일을 뜻한다. 有恥(유치)란 곧 羞恥(수치)의 마음을 지니는 것을 말한다. 且(차)는 또한 그리고의 뜻이다. 格(격)은 이를 至(지)로 풀이한다. 곧 善(선)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유학은 정치의 근본을 德에 두는 德治主義(덕치주의)와 정치의 수단을 禮에 두는 禮治主義(예치주의)를 중시했다. 둘이 결합하는 정치가 王道政治(왕도정치)이다. 성호 이익은 사회가 혼란할 때는 이 정치론이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백성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종래의 관점은 현대 민주주의와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政令과 刑罰보다 윤리적 덕목과 공공의 질서를 존중하는 정치 원리는 여전히 현대에도 의미를 지닌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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