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75>酌貪泉而覺爽, 處涸轍而猶歡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8분


酌(작)의 의미요소인 酉(유)는 술단지를 본뜬 것으로 술과 관련됨을 나타낸다. 勺(작)은 국자로 무엇인가를 담은 모습을 나타낸 글자로 발음요소와 의미요소를 겸했다. 酌(작)은 술을 따르다, 마시다, 술을 뜨거나 푸다의 뜻이다.

對酌(대작)은 마주해 마시는 일이고 酌婦(작부)는 술을 따라 접대하는 여인이다. 斟酌(짐작)처럼 헤아리거나 추측한다는 뜻도 있다. 酌盈劑虛(작영제허)는 넉넉한 것을 덜어 부족함을 조절한다는 뜻이다.

貪(탐)은 탐내다의 뜻으로 돈과 관련된 貝(패)가 의미요소이다. 泉(천)은 샘 또는 샘물이다. 貪泉(탐천)은 마시면 무한한 탐욕이 생긴다는 샘이다. 晉(진)의 吳隱之(오은지)는 그 샘물을 마시고도 더욱 깨끗한 관리가 되었다고 한다. 酌貪泉(작탐천)은 탐천의 물을 떠 마신다는 말인데, 청렴의 절조를 갈고 닦는다는 의미도 있다.

覺(각)은 깨닫다 또는 느끼다의 뜻이다. 爽(상)은 양 겨드랑이 아래 火(화)가 있는 것으로 밝음이 본뜻이다. 맑다, 爽快(상쾌)하다, 시원스럽다는 뜻이 있다. 여기서의 覺爽(각상)은 시원함을 느낀다는 말로 미혹되거나 중독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학,후)(학)은 물이 마르다의 뜻이다. 轍(철)은 수레바퀴자국이다. (학,후)轍(학철)은 곤경을 비유한다. ‘장자’에 보이는 마른 수레바퀴자국에서 물을 구걸하는 붕어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猶(유)는 ‘여전히’ 또는 ‘오히려’에 해당한다. 歡(환)은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탐욕과 유혹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지켜나가는 맑고 깨끗함이 진정한 청렴이다. 심한 곤경에 처해서도 여전히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달관이다. 참된 청렴과 달관은 시험과 시련을 거치며 더욱 빛이 난다. 唐(당) 王勃(왕발)의 ‘등王閣序(등왕각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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