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마지막 희곡 ‘두 귀족 사촌…’국내 첫 번역 출간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으로 알려진 ‘두 귀족 사촌 형제(The Two Noble Kinsmen·사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됐다. 이 작품은 문학과지성사가 15일 펴낸 대산세계문학총서 77호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의 하나로 나왔다.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이 책에는 이 작품을 비롯해 ‘로맨스 희곡’으로 분류되는 5편의 셰익스피어 희곡이 실렸다.

‘두 귀족 사촌 형제’는 셰익스피어가 말년인 1613년경 집필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당대 인기를 끌던 후배 극작가 존 플레처와 함께 쓴 희곡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 ‘헨리 8세’도 둘의 합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두 귀족 사촌 형제’에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에 나왔던 아테네 공작 시시어스(테세우스)와 여인국 여왕 히폴리타가 등장한다. 둘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신전으로 가던 중 영혼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테베의 폭군을 물리친다. 이때 포로로 잡혀온 테베 왕의 조카 팰러몬과 아사이트는 히폴리타의 여동생 이밀리아에게 첫눈에 반한다. 우애로웠던 사촌인 두 사람이 사랑을 놓고 다투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뒤엉킨다.

‘두 귀족 사촌 형제’는 공저여서 셰익스피어의 특징인 캐릭터 묘사보다 연극적 사건 전개에 치중한 경향이 있다. 이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희곡은 물론 희·비극과도 색깔이 다르다”며 “이런 이질성이 그동안 국내에서 이 작품이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생전에 나온 ‘사절판(The First Quarto·종이를 두 번 접어 인쇄하는 방식)’에는 수록돼 있으나 셰익스피어 사후 동료들이 작품들을 묶어낸 ‘이절판(The First Folio·종이를 한 번만 접어 인쇄하는 방식)’에는 빠져 있다. 해외에서는 1950, 60년대 이절판만 인정했으며 국내 여러 셰익스피어 전집도 이 전통을 따라 이 작품의 번역이 미뤄졌다.

이미영 백석대 교수는 “학계에서도 공식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셰익스피어가 남긴 마지막 작품으로 보인다”며 “이번 번역으로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셈”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희곡은 모두 38편으로, 19세기 영국 평론가인 에드워드 다우든이 크게 4가지 장르로 나눴다. 초기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은 희극, ‘헨리 6세’ 3부작처럼 영국 역사를 소재로 한 (역)사극, ‘리어왕’ ‘햄릿’ 등은 비극으로 분류한다. 로맨스 희곡은 셰익스피어가 대체로 말년에 쓴 작품으로 행복한 결말이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기구한 고난을 겪는 특징이 있다. 오랜 슬픔 끝에 기쁨이 오는 구조 탓에 ‘비희극(tragicomedy)’이라고도 불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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