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유혹과 몰입의 기술 낚시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유혹과 몰입의 기술 낚시/전영태 지음/308쪽·1만5000원·생각의 나무

“나는 낚시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다. 돈도 별로 모으지 못했고, 서울 소재의 국립대학교 교수의 꿈도 잃었다 … 낚시는 나에게 취미의 마약이다. 이 습관성 감각주의자를 낚시광이라고 한다. 이 중독증과 미친 증세를 치료하는 것은 낚시뿐이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이자 소문난 낚시광인 저자가 정선, 김득신, 브뢰겔, 고흐 등 동서고금 화가들이 그린 낚시 그림을 중심으로 관련된 일화들을 풀어낸 것이다.

낚시꾼에게 잡힌 탐욕스러운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들을 끊임없이 뱉어내고 있는 브뢰겔의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 대나무로 엉성하게 만든 낚싯대로 낚시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담아낸 유운홍 의 ‘유제조어도’ 등을 통해 저자는 낚시로 엿볼 수 있는 욕망과 무욕의 두 세계를 살핀다.

낚시가 제대로 안되면 대학교수 체면에도 불구하고 막말부터 나오는 습관, 고기가 잡히지 않은 갖은 핑곗거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절제와 마음 비우기의 미덕도 엿볼 수 있다.

스포츠로서의 낚시, 낚시 구경꾼, 먹는 재미 등 실제 겪은 일화들과 함께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철학적, 인문학적 사유가 낚시 그림을 매개로 펼쳐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